프로듀스 101은 '치즈 인 더 트랩'과 '애인있어요'가 끝난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방송이다. 채연이를 알게 해 준 것만으로도 너무 너무 고맙다.
내가 응원하는 아이는 단 두 명이다. 정채연, 그리고 박소연.
채연이는 김다니, 기희현과 함께 등장할 때 바로 꽂혔다. '예뻐!'. 소연이는 레벨 테스트에서 '잘 하네.', 팀미션에서 '저 애는 분명 될 거야.', 그리고 포지션 직캠으로 '저 애는 데뷔해야 해. 로엔 믿는다.'
나머지 아이들은 그냥 예쁘다, 잘 해라, 그렇게 응원할 뿐이다. 어차피 피디의 노골적인 의도가 실린 편집에 연연할 나이는 아니니까. 다만 내 눈에 살짝(?) 불편한 것은 김소혜에 대한 피디의 애정(?)이다. 각 소속사 연습생을 응원하는 어린 아이들한테 이것이 얼마나 아니꼬울까? 아마 눈에 가시 그 이상일 것이다.
왜 안준영 피디는 김소혜를 원했을까? 배경이 좋은 모양이다 따위 얘기를 하지만, 그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피디에겐 방송의 흥행을 위해선 누구라도 상관없다. 다만 그 누구는 소중하게 보듬는 대상이 아니라 맘껏 휘두를 수 있는 대상이 아닐까?
연예계 짬밥을 먹었다면 피디가 김소혜를 사랑하는 행동 뒤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했을 것이다. 적어도 중견 기획사라면 아무런 재능도 없는 소속 연습생에 대한 피디의 애정에 넙죽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항의를 할 것이다. 데뷔하기도 전에 억울한 까를 등과 머리에 지고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하지만 화가 나도 따지기 어려운 덩치의 자그만 기획사라면 어떨까? 김소혜는 두 달도 안돼 레드라인이란 회사의 얼굴이 되었다. 바로 피디가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만만한 기획사다. 김소혜는 갑작스런 인기를 얻었지만, 그보다 몇 배나 많은 까도 생겨버렸다. 빠와 까의 충돌이 거셀수록 무한도전을 따돌렸다는 콘텐츠 파워지수는 단단해진다. 바로 이것이 피디가 원하는 것이다. 노골적인 애정에 대한 (적극적인 시청자의) 당연한 반감을 예상하면서.
김소혜는 아직 어린 아이다. 데뷔하기도 전에 감당해야 할 몫이 무척 무겁다. 힘껏 이겨낼 것인지, 주저앉게 될 것인지 누구도 모른다. 다만 시청자를 바로 앞에 두고 살벌한 갑질을 하는 연예계를 목격하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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