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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 蘭

횡설수설 취미/시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08. 10. 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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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그만 下直하고 싶다.

좀 餘裕가 있는 지금, 양손을 들고

나머지 許諾받은 것을 돌려 보냈으면,

餘裕 있는 下直은

얼마나 아름다우랴.

한포기 蘭을 기르듯

哀惜하게 버린 것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가지를 뻗고,

그리고 그 섭섭한 뜻이

스스로 꽃망울을 이루어

아아

먼 곳에서 그윽히 향기를

머금고 싶다.



한국현대시문학대계 18 <박목월> - 지식산업사 - 재판 1982년 5월 20일



풍진세상! 속된 것에서 멀어져 관조하고 싶은 열망. 부럽다. 하지만 그 부러움보단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걱정부터 던지니 나는 역시 속된가 보다!


여유 있는 하직이라.

당장 대한민국에선 얼마나 괴리감이 있는 말인가? 양손을 들고 나머지 허락받은 것마저 돌려보냈으면 하는 시인의 맘은 결국 시에서나 피어나는 꿈일 뿐이다. 여유 있는 하직으로 삶을 마칠 수 있다면 그 세상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현실은 (심지어 남의 것마저) 뺐고만 싶은 소수가 악다구니 떨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향기는 (그들이 난을 가졌어도) 역할 뿐이다.


역한 향기에 찡그리다보니, 스멀스멀 이완용보다 더 진저리나는 이명박의 국민을 팔고, 국민의 목숨을 파는 행동이 떠올랐다. 시인과 시에겐 정말 미안한 일이다. 그 미안함을 달래려 이명박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하직하라."


오로지 난 이 맘뿐이다.  그윽한 향기를 맡고자 국민 모두 하직할 수 없으니까.


아! 미안할 따름이다. 이 시로 왜 이런 감정이 떠올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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