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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촌장 - 푸른 돛 (1986)

횡설수설 취미/우리 음악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09. 4. 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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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푸른 돛

02 비둘기에게

03 고양이

04 진달래

05 얼음무지개

06 사랑일기

07 떠나가지마 비둘기

08 매

09 풍경

10 비둘기 안녕



길을 걷다 들리는 노래에 무심코 길을 멈춘다. 그리고 기다란 그림자가 머물렀던 옛날을 추억한다.


슬픈 사람들의 구부러진 그림자 뒤로 비둘기의 날갯짓이 들렸다. 하늘을 봤다. 비둘기가 날고 있는 풍경은 파랗다. 시리고 추울수록 하늘은 파랗기만 하다. 그 푸른 하늘, 밤하늘에 별들이 유난히 반짝였다.


가끔 얼음무지개에서 쉬었다 계속 하늘을 나는 비둘기. 얼음무지개는 푸른 돛을 내린 채 하늘에 한참 머물렀다.

그러나 장바구니를 든 벼락같은 호통 때문에 추억을 접었다. 발을 뗀다. 밤하늘에 별 하나 찾기도 어렵다. 네온사인만 휘둥그레진 거리는 추억보다 더 춥고 더 사납다. 그리고 나는 시간이 전하는 폭력적인 현실에 소스라친다. 자유를 상징하던 비둘기는 추레해져 누구나 꺼리는 놈이 되었다.


얼음무지개는 아직도 저 하늘에 푸른 돛을 내린 채 머물고 있다. 그러나 만질 수 있는데도 다가서지 않는다. 1그람의 힘만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 1그람을 잃을까봐 떨고 있을 뿐이다. 얼음무지개를 만지면, 그리고 아픔과 절망을 이겨내면, 예쁜 무지개가 되어 행복할 수 있을 텐데도.


얼음무지개를 뛰어다니는 고양이. 그러나 이런 풍경은 (내가 원하는) 단지 꿈일 뿐이다.


꿈속에서 나는 매가 되었다.

밤하늘에도 해를 볼 수 있는,

저 높은 하늘로 날아오르려,

매는 얼음무지개에서 잠깐 날개를 쉬고 있다.


이런 꿈마저 잃을까봐 여전히 나는 얼음무지개에 다가서지 못한 채 떨고만 있다.


멜로디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해진 노랫말의 아름다움은 감격스러울 정도다. 20년이 넘은 시간이 흘렀어도. 그러나 앨범 속의 비둘기나 고양이가 이 세상 밖으로 나와 하늘로 날고 지붕 위를 뛰고 싶다면 난 말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변해버린 현실이 너무 미안하다. 비둘기와 고양이에게.




아우성 : ★★★★★ / 노랫말 : ★★★★★


이 노래가 특히 좋아? 들어봐!


02 비둘기에게

03 고양이

05 얼음무지개

06 사랑일기

10 비둘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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