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오후만 있던 일요일 - 이병우

횡설수설 취미/샘이 깊은 노래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3. 4. 18. 11:35

본문

오후만이 있던 일요일

눈을 뜨고 하늘 보니

짙은 회색 구름이

나를 부르고 있네

생각 없이 걷던 길옆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나를 바라보던 하얀 강아지

이유 없이 달아났네

나는 노란풍선처럼

달아나고 싶었고

나는 작은새처럼

날아가고 싶었네


작은 빗방울들이

아이들의 흥을 깨고

모이 쪼던 비둘기들

날아가 버렸네

달아났던 강아지

끙끙대며 집을 찾고

스며들던 어둠이

내 앞에 다가왔네

나는 어둠속으로 들어가

한없이 걸었고

나는 빗속으로 들어가

마냥 걷고 있었네

오후만 있던 일요일

포근한 밤이 왔네

오후만 있던 일요일

예쁜 비가 왔네




들국화 - 들국화 1 (1985), 어떤날 - 1960·1965 (1986)




풍선을 놓쳤다. 노란 풍선은 잿빛 구름위로 날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이 끝나는 포근한 밤, 예쁜 비를 맞으며 하늘을 날고 있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 그 밤은 포근하지 않았다. 단지 밤이란 내일이 온다는 사실을 잠깐 미룰 뿐이다.

오후만 있던 일요일. 그러나 포근한 밤에 월요일을 예쁘게 기다릴 수 있는 그가 부럽다.


내가 그의 얼굴을 가진 날이 있었나!


그러나 내게 그런 날이 다시 올까?


노란 풍선을 놓치기 전에 노란 풍선을 불어보자.

다시 불어보자.

내 손에 아직 불지 못한 풍선이 여러 개 있다.

노랗게 피워보자.

구름처럼 하늘 위로 날려 보자.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