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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는 진작 제작해야 할 아이콘이다

궁시렁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3. 11. 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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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로 인한 논란을 보면서 이거 극본만 받혀준다면 시청률에서 유리하겠구나 생각했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마케팅의 효과를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호기심이란 결국 방송을 보게 만들 미끼인데 입맛에 맞는다면 서서히 중독되는 결과를 시청률이 증명할 테니까. (중독이란 말을 조심해야 할 세상이다.)


기황후에 던지는 논란은 역사 왜곡이다. 역사를 사실 그대로 전달해야지 잘못된 정보로 시청자에게 그릇된 역사를 수긍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일견 맞는 말 같지만 이것은 시청자의 수준을 한없이 낮춰 깔보는 것이 아닌가? (다만 현재 대한민국 현실을 보면 우롱당할 것 같기도 하다.) 역사를 왜곡하지 않은 사극이 세상에 존재하기라도 하나?


현실로 잠깐 눈을 돌려보자.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우린 왜곡된 사실을 쉽게 접한다. 노무현과 이석기에 달라붙은 언론과 권력의 말을 보면 그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지 않나! 하물며 드라마에서?


사극이란 어차피 작자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사실 그대로 전하는 역사는 교과서에서 배우면 된다. 오래된 역사책도 많은 것들이 승자에 의해 사실과 다른 정보로 채워진 것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역사로 배운다.

왜 그럴까? 시간과 오차 때문이다. 시간을 x축, 오차범위를 y축이라 할 때 오차범위가 0의 값을 가진 채 긴 시간 동안 전달된 사실이 역사가 된다. 오차 범위가 0은 가혹한 것이 아닌가? 오차가 있다면 그 사실을 믿을 수 있겠는가? 시간 역시 단지 몇 십 년으론 모자라다. 물론 시간의 길이를 얼마까지라고 정할 순 없지만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의심, 반론은 사라지게 된다.


박정희를 반신반인이라고 떠받드는 구미시장의 행태가 조소거리가 되는 것은 박정희란 사실이 만든 시간이 짧고 무수한 반론으로 오차 범위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요즘 검찰 경찰 국정원의 입과 손발을 보면서 당연한 사실이라고 끄덕이는 사람은 소수일 뿐이다. 시간을 떼어놓아도 그 입에서 말하는 내용의 오차 범위가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사극을 보면서 동시에 그 정보를 바로 역사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시간이란 장치를 무시한 무지다. 기황후에서 다루어진 정보가 수많은 사극에서 똑같이 다뤄 오차 범위가 줄어든다면 어린 시청자는 사실로 오해할 지도 모른다. 하나 한 편의 드라마만으로 그 정보를 사실로 계속 인지할 시청자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역사 왜곡을 하지 않은 사극 한 번 알고 싶다. 어디 있나?


아무튼 이런 잡스런 논란을 접고라도 기황후를 소재로 한 드라마의 제작은 참으로 늦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장희빈이 벌써 몇 번인가? 장희빈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 바로 기황후 아닌가! 장희빈이야 그를 지원하는 세력도 애당초 존재했고 당시 정치 역학 구도에서 어느 정도 도박에 대한 확률이 있었다. 그렇지만 기황후 경우는? 공녀란 결국 노예와 다름없다. 그런 사람이 나라의 황후가 되었다. 세상 어디서 이런 경우를 찾아볼 수 있나? 유럽에서 가장 강했던 로마를 교묘하게 이용, 왕이란 신분을 유지하며 나라를 지켜낸 클레오파트라보다 훨씬 극적이지 않은가! 아무튼 비록 시끄러운 논란으로 출발이 개운하지 않았어도 이번 시도가 한 번으로 끝나지 말고 다시 제작할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황후가 된 이후의) 역사가 뭐라 해도 황후가 되기까지 기황후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나는 도무지 궁금증을 버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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