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민기 - 아빠 얼굴 예쁘네요 (1987)

횡설수설 취미/우리 음악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08. 10. 24. 18:59

본문

첫눈

미술시간

일기


사고

기도

방학

병원

빨래

읍내

아빠 오실때

잔치




이젠 물가가 하도 올라 그리 싸다고 할 수 없어도 여전히 서민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라면과 연탄이다. 연탄가스를 마시며 살아갈 수밖에 없던 어린 시절, 그 기억을 갖고 있는 내게 탄광촌의 일기는 낯설기가 어렵다.


무거운 책가방에 이리저리 학원을 배회할 요즘 애들은 도무지 짐작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와 부모님이 잠든 시각, 졸린 눈꺼풀에 힘을 주고 인터넷 여기저기 욕설과 댓글을 달아야 하니까.


노래일기란 말처럼 이 음악은 탄광촌 아이의 일기에서 출발한다. 아이의 일기처럼 어설픈 노랫소리가 건네주는 그냥 밝은 음악이 듣기도, 보기도 좋다. 목숨을 내놓은 채 이마에 매달린 전구에 까맣게 일했어도, 그 가족들의 표정이 너무 밝다. 옛 시절의 네모난 기억에서 석탄을 파면 팔수록 눈부신 빛이 그 속에 숨어있지 않을까 오해마저 저지른다.


김민기는 세상에 저항을 했어도 그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 노래일기에선 그 희망에 대한 눈길이 훨씬 따듯해졌다는 것을 쉽게 확인한다. 일기를 만들던 그 당시 김민기보다 지금 내 나이가 더 많다. 그러나 그토록 치열하게 살았던 김민기가 내 나이 또래 품었던 희망에 조금밖에 동조하지 못하는 지친 현실, 그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세상은 만질 수 없는 사춘기의 꿈을 꾸고 싶어도 외면당하고만 있다. 그래서 서글프다. 점점 더 희망이 사라져가고, 그럴수록 나 역시 더 잔인해지니까.


눈이 온 동네를 연이는 '까만 동네가 온통 새하얀 동네로 바뀌었다!'고 기뻐한다. 그리고 석탄으로 까맣게 화장한 아빠에게 "아빠 얼굴 예쁘네요!"라며 말한다.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꿈꾸기나 할 수 있을까? 세상이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밖에 과거를 추억한다는 현실이 몹시도 쓰리다. 하지만 어른인 나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하는 의무가, 아니 권리가 있는데도 그냥 비꼬는 시선으로 또 잔인해져 간다?


아이들의 꿈은 어른이 채워준다. 잔인한 어른이 만든 꿈은 아이의 현실마저 잔인하게 만든다. 그 꿈을 억누를 수 있을까 이 음반에 조금은 기대지만 20년의 시간이 버겁다. 눈물이 난다. 내 눈물은 까말까? 하얄까?


잡담 한 토막)


테이프를 들을 수 있는 전자기기가 세 개 있다. 고장 난 지 한참이다.




아우성 : ★★★★ / 노랫말 : ★★★★


이 노래가 특히 좋아? 들어봐!


첫눈

미술시간

일기


사고

기도

방학

병원

빨래

읍내

아빠 오실때

잔치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