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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 무제

횡설수설 취미/시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4. 4. 1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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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정본 윤동주 전집> - 문학과지성사 - 초판 6쇄 2009년 1월 9일



이 시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 시에서 말하는 '나'처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한국인이 있을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밤하늘에서 미리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보이는 거라곤 인공위성뿐이다. 날씨가 추워야 별을 볼 수 있다.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은 벌써 잊혀졌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지만 괴로워하는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울긋불긋 꽃이 피는 봄을 맞아 추위에 얼어 죽을 사람은 줄겠지만 듬성듬성 별 하나 보기도 힘들다. 그러나 그 별을 마냥 아름답게 쳐다보기엔 세상이 너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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