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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 습지생태보고서

횡설수설 취미/만화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7. 6. 1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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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궁상, 견뎌낼 수 있는, 어쩜 희망을 가진 궁상을 노골적이면서 연약하게 드러낸다. 최규석의 만화는 기존 작가와 달리 색감이 자연스럽다. 제대로 된 교육의 결과일까.


부자일수록 행복하다는 통계가 몇 번이나 나오고 있다. 당연한 사실이다. 굳이 통계 낼 일도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잔뜩 써놓고 차곡차곡 이뤄내는 기쁨을 가난한 이는 결코 가질 수 없으니까. 가난할수록 소망마저 점점 줄어든다. 이뤄질 수 없으니까 결국 포기하게 된다. 이런 사람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어떤 변호사의 궤변도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없다. 그래서 가난한 이는 궁상을 떨게 마련이다.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자연스레 갖고 태어난 본능으로 식욕, 수면욕, 성욕을 말한다. 동물이라면 가지는 3개의 욕망 말고 오직 사람만이 가지고 있고, 세상을 살면 살수록 대개 더 강해지는 본능, 행복할수록 오히려 더 강해지는 본능, 바로 탐욕이다. 하지만 (탐욕대로) 맘껏 실천할 수 없어 간혹 궁상을 떨면서 자학하거나 자위하곤 한다.


궁상이라지만 마지막 산을 내려오면서, 아니 뛰면서 네모만 틀을 벗어날 것만 같은 그들의 속도, 의지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의 얼굴이다. 자주 궁상을 떨면서도 수시로 날카로운 시선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희망을 기다릴 수 있다고 믿고 싶다. 파랑새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희망이 습지에서 버티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든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자위하지만, 그사이 습지는 노골적으로 물이 차오른다. 습지를 도무지 떠날 수 없는, 송파 세 모녀 자살의 경우처럼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 가난이라면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마저 허세요, 사치가 되고 있다. 자꾸만 현실을 외면하고 싶다. 자꾸만 작품 속에서나마 희망을 더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 물론 산을 내려오는 속도처럼 현실에서도 희망을 잡아야겠지. 희망을 완전히 포기하면 습지를 결코 벗어날 수 없으니까.


☆인상 깊은 구절☆


"부자에게 시련이 오지 않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은 죽는다'와 무게가 같아지고 있다.


☆인상 깊은 장면☆


가슴에 손을 얹고 이게 행복하냐고 다그치는 녹용이에게 난 행복하다고, 안빈낙도를 고백하는 재호의 손. 궁상을 떨어야 그나마 살 수 있는 사람에게 행복이란 어쩌면 신과도 같다. '어쩌면'이란 게 판도라 상자에 행복이 남았다고 할까? 열면 금세 멀어져 만질 수도 없고, 갇힌 행복이 곁에 있어 위안을 삼은 채 상자를 품고 있다. 비루하고, 비참할 수도 있는 손을 보고 가슴이 몹시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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