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출발 - 이병우

횡설수설 취미/샘이 깊은 노래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09. 5. 6. 11:54

본문

하루하루 내가 무얼 하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거진 엇비슷한 의식주로 나는 만족하더군
은근히 자라난 나의 손톱을 보니 난 뭔가 달라져가고
여위어가는 너의 모습을 보니 너도 뭔가……
꿈을 꾸고 사랑하고 즐거웠던 수많은 날들이
항상 아득하게 기억에 남아 멍한 웃음을 짓게 하네
그래 멀리 떠나자 외로움을 지워보자
그래 멀리 떠나자 그리움을 만나보자




어떤날 - 어떤날 II (1989)




20년 동안 무얼 했나 곰곰이 생각하니 오로지 게으르기만 했다. 손톱을 깎고, 발톱을 깎고, 결국 복부비만에 주름살과 수북한 흰머리 뿐. 꿈을 꾸려 해도 사랑 한 번 못해본 수많은 날들이 즐겁지도, 그렇다고 우울하지도 않았다.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먹구름이 몰려왔다 물러나니 해가 뜨고 해가 진다.

멀리 떠나자. 언제 떠날까? 게으름을 물리치지 못한 채 미루고 있다.
언제 떠날까? 지갑을 열어 본다. 전광판을 바라본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만 같다.

5월은 힘들다.
4월의 짐에 허리와 목이 아플 정도다.
이것을 덜어내야 떠날 수나 있을까?
덜어내면 훌쩍 떠나야겠다.

어디로 갈까?

춘천 가는 기차를 탈까?

나이를 먹을수록 힘든 짐을 한 번 털고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변했다.
이런 내가 슬프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내 머리에 꿈을 소중히 올리자.
꿈만큼 내 그림자가, 내 키가 커진다.
새로운 출발.
빨리 보고 싶다.
꿈만큼 그림자가 커질 그 날이.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