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 處容斷章 3-9
한 발짝 저쪽으로 발을 떼면 거기가 곧 죽음이라지만 죽음한테서는 역한 냄새가 난다. 나이 겨우 스물 둘, 너무 억울해서 나는 갓 태어난 별처럼 地上의 키 작은 아저씨 귀쌈을 치며 치며 울었다. 한밤에는 또 한 번 함박눈이 내리고 마을을 지나 나에게로 몰래 왔다 간 사람은 아무 데도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김춘수 시집 - 미학사 - 1991년 10월 15일 스물 둘에 난 울어본 적이 없었다. 억울한 것도 몰랐다. 그냥 원주 어느 군부대에서 건빵 혹은 컵라면을 먹으며 하릴없이 낄낄거릴 뿐이었다. 누군 죽음에 대해 고민했는데, 그래도 나의 발자국은 아직 지워지지 않은 채 계속 찍히고 있다. 그 발자국의 끝을 벌써부터 걱정할 까닭은 없다. 아직도 나는 젊으니까. 그리고 나는 계속 길을 밟고 있으니까. 그림자는..
횡설수설 취미/시
2008. 10. 13.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