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낯선 장마가 찾아왔다. 처음 본 얼굴이었다. 익숙한 장마라면 하루 이틀, 길어야 사나흘 비가 꾸질꾸질 오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걸 작년 장마는 처참하게 부셔버렸다. 별의별 일이 다 생길 만큼 긴 시간 동안 비가 내렸다. 쏟아졌다는 말이 어울린다. 마치 빗소리가 멈춘 것만 같았다.
올해, 이른 장마가 올 거라고 예보했지만, 아직 장마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뭐지, 왜?
지금 장마 아니야!
하루 이틀 햇볕이 머물다 그리고 사나흘 비가 내리는 게 벌써 몇 주잖아.
장마란 이야기를 전혀 들을 수 없다면, 올해 또 얼마나 비가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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