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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U Ready?' 9번 트랙 'Night and Day' 감상

러블리즈/캔디젤리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7. 4. 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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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마자 '만세!'라고 외쳤다. 밤과 낮 하루 종일 푹 빠져있다 정신을 차리고 한 번 더 만세라고 외치면서 한마디 불만도 소곤거렸다.


"드럼 비트 소리가 너무 크잖아. 절반만 줄였어도 보컬의 색깔이 훨씬 더 잘 들릴 텐데."


한마디는 아니구나. 소곤거린 불만을 노골적인 적의(?)라고 쳐도 상관없다. 왜냐고? 더, 더, 더 좋을 수 있었으니까. 물론 이런 핀잔을 던지면서도 앨범 어느 노래보다 좋기만 하다.


감정이란 낮에만, 또는 밤에만 있을 수 없지. 아마 잠을 자도 언제나 마찬가지다. 수시로 휘몰아치는 감정을 마치 질서 있는 의식의 흐름처럼 이끄는 전개에 들떠 재채기를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잠깐만!) 무슨 뻘소리냐? 실로폰인가로 시작하는 것이 너무 맘에 든다. 이게 의식의 흐름을 만들었다고 터무니없는 잘난 체를 했다. 그리고 비록 살짝 꼬집었지만 드럼 비트, 그 소리와 연결이 기막히다. 너무 기막히다. 화려하지 않은 악기 편성이 좋다. 너무 좋다.


낮과 밤. 'Night', 'Day'를 노골적으로 반복하는데 전혀 후크라고 생각조차 들지 않고 오히려 리듬에 참여하는 악기 같다. 정말 죽인다. (사실 낮만 거의 도돌이표다.) 데이, 데이, 데이. 마치 주문 같지만 이래서 의식의 흐름이라고 내가 뻘소리를 지껄였나? 밤보다 'Day'가 반주이기도, 효과음 같기도, 동시에 후크잖아 당연하게 반문할 수 있는데도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오히려 이게 후크야 의심했다.


빠빠빠. 라라라. 노래를 끝까지 들으면 케이 비중이 의아할 정도로 적은데, 오히려 프로듀서가 용케 잘 참았다고 본다. 의식의 흐름이 계속 이어지다 마지막 한 방에 우르르 무너지며 밤이 깨지고 낮을 만날 때, 그 한 방을 때린 소녀가 바로 케이의 음색이다. 케이의 음색은 확실히 튄다. 바로 이어 짝뚜가 한 번 더 빠빠빠, 라라라. 이때 정말 악기 같았다.


더 많은 대중을 끌어안으려 유행을 받아들여 러블리즈의 익숙한 정체성과 조금 다른 시도를 한 결과가 타이틀인 'WoW!'였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대중이 반응했다. 어쩌면 정체성도 살짝 훼손되면서 대중마저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할까. 오히려 러블리즈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유행을 녹인 결과물이 바로 이 노래다. 단지 의도하지도 않았고, 의도할 생각도 없었다는 커다란 차이가 안타깝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연이라도 이 노래의 결과를 마냥 외면하지 않을 거라 자신한다. 그들은 전문가니까. (그는 당연히 프로듀서다.)




꽃이 활짝 핀 봄길을 걷고 있다. 밤의 풍경에 어울리지만 데이 데이 할 때마다 꽃내음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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