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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 定州城

횡설수설 취미/시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3. 8. 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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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각주:1] 크다란 山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城門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정본 백석 시집> - 문학동네 - 1판 7쇄 2009년 9월 17일



불빛이 외롭다란 말은 밤새 원두막에서 성터로, 성문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아무도 만나지 못한 시인의 한숨과도 같다.


이미 망한 나라, 원두막은 비어있고, 성터엔 파란 혼들만 떠돈다. 하지만 (헐리다 남은) 성문은 훤하게 시인의 눈에 비친다. 시간이 한참 흐른 것일까? 아니면 메기수염의 늙은이를 볼 수 있는 곳이라서 그럴까?


나라를 잃은 젊은 시인의 외로움, 슬픔이 아주까리기름에 쪼는 소리처럼 깜박거리기도 하고, 청배를 팔러 올 늙은이를 기다리며 희망을 품은 (젊은 시인의) 낯이 환하기도 하다.




  1. 어디서 말소리가 나는 듯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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