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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레시브락 입문 앨범 10선

왁자지껄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3. 5. 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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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던 시절 한낮의 라디오에서 듣던 킹 크림슨의 'Epitaph', 아마 늦은 여름이었나? 동인천 지하상가에서 테이프를 샀다. 그렇게 프로그레시브락을 접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한밤 전영혁의 음악세계를 들으면서 열광적으로 프로그레시브락에 빠진 적이 있다. 지금도 내 얼마 없는 시디의 상당 부분과 테이프의 대부분은 그 쪽이다.


초보자를 위한 프로그레시브락 입문 추천 앨범. 다음 뮤직에 누군가 작성한 게 있던데 뭐가 있을까?


!?

아무리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이렇게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나 싶었다. 뭐 주관적인 기준이니 반박하기도 그렇고, 그럼 나도 한 번 궁리해볼까. 프로그레시브락을 접하지 못한 일반 대중에게 거리낌보단 친근함을 주려면 결국 멜로디와 서정성이 아닐까 생각하여 이를 기준으로 골랐다.




01. King Crimson -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1969)


이게 초보자에게? 앞서 말한 것과 다르지 않냐 반박할 분은 없겠지.


5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프로그레시브락이란 장르에 대한 정의는 애매모호하다. 한마디의 정의로 답할 순 없지만 만약 하나의 앨범으로 대표한다면? 그 물음에 가장 어울리는 답이 바로 이 앨범이라고 자신한다. 이 앨범을 아무리 들어도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결국 이 장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입문용으로 맨 첫머리에 제안한다. 더구나 첫 곡을 제외하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멜로디와 서정성의 기준에 어긋나지도 않는다.




02. Moody Blues - A Question Of Balance (1970)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그 재료에 있다. 시각적인 면에서 통과했다면 코로 밀려오는 냄새. 그마저 이겨냈다면 혀로 느껴지는 감각일 거다. 이렇게 순서대로 가서 '맛있어!'라고 하면 내가 왜 이걸 몰랐지 하며 자주 그 맛을 찾게 된다.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이 없으면서도 가볍지 않아 프로그레시브락의 입문으로 이것만큼 알맞은 앨범 어디 있나?




03. New Trolls - Concerto Grosso Per 1 (1971)


'Adagio', 'Cadenza-Andante Con Moto'.


위 두 곡은 한 때 길거리 리어카에서도 쏟아져 나왔고, 광고음악, 심지어 오락방송에서도 자주 울려 퍼지는 편이다. 그만큼 익숙하고 아주 대중적인 트랙이 포함된 앨범이다. 특히 앞서 2곡을 포함한 4개 곡은 대규모 편성의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주선율과 햄릿의 명대사를 가진 채 협주곡의 악장처럼 표현되는데 눈물 젖은 슬픔에서 격렬한 분노와 절규까지 햄릿의 비극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은 오케스트라를 배제한 채 그들만의 강한 연주력으로 앞서 주선율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토해내는데 거칠게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그 가슴 시린 멜로디를 놓치지 않았다.




04. Premiata Forneria Marconi - Storia Di Un Minuto (1972)


화려하다. 화려함이란 요란함으로 매도할 수도 있다. 눈부시다. 눈이 부셔도 귀가 멀지 않았다. 수많은 색으로 화려하게 칠했는데 그것을 한참 듣고 있으면 소박하고 친근한 여백이 어느새 친절하게 다가온다. 듣는 중에, 듣고 난 뒤 저마다 다른 색깔로 나를 감싸는데 이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05. Reale Accademia Di Musica - Reale Accademia Di Musica (1972)


우리 노래가 전하는 그 속마음이랄까 애매하게도 이태리의 노래하고 교집합이 제법 크다. 가사를 우리말로 바꾸면 그냥 우리 노래가 되는 기분이랄까. 그만큼 그들이 믿는 서정이 우리와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 앨범은 이태리의 서정성이란 이런 것이다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인 나에게도 그대로 통용된다. 당신도 마찬가지라고 믿고 싶다.



06. Pink Floyd - Dark Side Of The Moon (1973)


프로그레시브락이 아닌 대중음악을 통틀어 가장 성공한 음악인 중 하나로 입문이라면 이들의 앨범은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효과음 등을 하나의 악기처럼 사용하는데 뛰어난 밴드는 특히 이 앨범에서 음악이 전하는 주제에 효과음을 정확하게 이끌어내면서도 연주와 구성마저 소홀함이 전혀 없다.

'Time', 'The Great Gig In The Sky', 'Money', 'Us And Them'등에서 온몸으로 표현하는 멜로디와 리듬을 들으면 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는지 절로 알게 될 거다. 대중적이지 않다고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들으면 금세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밴드의 위대함을.



07. Barclay James Harvest - Live (1974)


그들은 꽤 많은 앨범을 발표했고, 상당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고 평가받는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곡들이 많은데 이 중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한 밴드 초기 곡들이 이 한 장의 라이브 앨범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멜로디를 으르렁거리는 강력한 연주력으로 관중의 환호를 이끄는 힘을 기대하라.




08. Klaatu - Hope (1977)


신디사이저나 키보드가 아무리 발전했어도 교향악단이 전할 수 있는 따스하고 포근한 소리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협연을 하지만 오히려 밴드의 개성이 사라져 경음악으로 전락하는 사고마저 발생한다. 그러나 클라투의 이 앨범은 교향악단의 협연으로 더 풍성해졌지만 그 소리는 미장센으로 확실히 제한을 두고, 밴드는 주연배우 겸 감독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소리와 어울림을 들려준다. 교향악단과 협연으로 만들어낸 최상의 결과물 중 하나다.



09. Alan Parsons Project - The Turn Of A Friendly Card (1980)


추천작 중 유이한 80년대 음반이다. 7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보낸 프로그레시브락이란 장르를 알란 파슨즈 프로젝트가 이미 시들어버린 장르를 안고 긴 시간을 대중들과 호흡하면서 어떻게 생존했는지 대표하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70년대 전성기 장르가 가진 특징들과 괴리감이 유별나지도 않고, 밴드가 가진 개성과도 역시 거리감이 멀어지지 않은 채 아름다운 음색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아름답게 주조한 앨범이다.




10. Camel - Stationary Traveller (1984)


늘 다양하게 변화를 모색하는 카멜의 공통분모는 감성이리라. 그 감성은 그들의 뛰어난 연주력과 합쳐 친근함과 따스함을 가진 서정미를 완성시킨다. 특히 80년대 대중이 원하는 욕구를 받아들이면서 그네만의 개성을 잃지 않은 앨범으로 한국인이 무척 사랑하는 트랙인 'Long Goodbyes'가 포함되어있다.


이런 이웃이 살면 좋겠다 생각이 드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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