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 문학과지성사 - 초판 6쇄 2009년 1월 9일 나는 지난날을 참회한 적이 있던가. 아, 나는 지난날, 그 영광을 번민하며 후회한 채 다시 그날이 왔으면 궁상과 미련을 떨었을 뿐이다. 뒷모양도 아니고, 슬픈 사람도 아니고, 부..
횡설수설 취미/시
2017. 3. 12.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