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 풀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창비 시선 68 김수영 시선집 - 창비 - 초판 14쇄 2008년 6월 30일마지막 시라서 그런가. 풀이 눕듯이 모든 것을 놓은 듯하다. 참여든, 저항이든, 상징이든, 자의식 과잉이든, 허세든, 이전까지 그를 억압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 듯하다. 단 무소유와 분명 다르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을까? 풀이 되고 싶진 않다. 하지만 풀을 밟아, 풀을 밟아야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
횡설수설 취미/시
2024. 8. 10.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