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대상은 누가 있었지? 의외다. 바로 떠오르네.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대상은 킹 크림슨이었다. 중학생 때 라디오에서 들은 'Epitaph'는 흔한 말로 벼락 맞은 충격이었으니까. 당연히 좋아하는 대상은 그들의 음악이다. 개개인이 아닌. 그리고 당연히 아직도 좋아한다. 이제 말할 모든 대상은 현재 좋아하는 상태다. 과거형이 아닌.
킹 크림슨 - 들국화 - 시인과 촌장 - 김춘수 - 윤흥길 - 잭슨 마이클 - 조용필 - 김소월 - 한영애 - 미야자키 하야오 - 하지원 - 정약용 - 히치콕 알프레드 - 노무현 - 산울림 - 토다 에리카 - 데이비스 마일즈 - 백석 - 미첼 조니 - 정채연
달랑 앨범이 몇 장뿐이지만 들국화와 시인의 촌장은 장식장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에 소중히 담겨있다. "살만한 세상이야, 세상은 눈부셔!"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소리치고 싶을 때마다 듣게 된다.
요즘 형편이 궁해 책을 사지 않고 도서실에서 빌려 읽다보니 윤흥길의 작품을 많이 놓치고 있다. 그래도 내 방안에 그의 소설은 제법 많은 편인가?
김춘수의 '처용단장'을 대학 시절 김현의 비평집에서 먼저 접하고 꽂혔다. 아마 게임이나 음반으로 치면 한정판이라고 할 처용단장 시집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전혀 다른 성격의 김소월의 시는 한국인이니까 국민학교 시절부터 자주 접했고, 가볍게 생각하다가 나이를 먹을수록 얼마나 자랑스러운 시인지 정승집 개처럼 멍멍 자꾸만 짖게 된다. 백석은 아주 일찍 접했다. 시선집을 산 게 거의 20년 전이니까. 한참 잊고 있다 도서실에서 그의 전집을 접하고 푹 빠져버려 요즘도 자주 읽고 있다. 읽을 때마다 절로 눈을 오랫동안 감게 된다. 아, 시란 참 좋다.
음악만 자주 들었지, 한영애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아직도 실물을 본 적이 없지만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무척 기골이 장대할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에서 그 자그마한 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작년쯤인가 재발매 되어 살짝 아쉬웠지만 내가 가진 앨범 중 가장 아끼는 것이 바로 그의 63빌딩 라이브를 담은 '아우성'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주저앉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대개 나를 만족시켰다. 한 번 번복하긴 했어도 자신의 능력이 고갈된 것을 알고 연출을 포기하고 은퇴한 것에 박수치고 싶다.
내가 영화를 만든다면 히치콕 알프레드처럼 만들고 싶다. 무모한 말이지. 어느 영화인이 이러고 싶지 않을까?
워낙 두껍고 버거워 드문드문 읽고 있는 책이 하나 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다. 정약용의 경우는 그의 시 몇 편을 빼곤 읽어 본 게 없다. '여유당전서'를 다 읽은 대한민국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목민심서'라도 읽어야 하는데, 게으르면서도 정약용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맘이 간절하기도 하다. 그가 대한민국에 있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늘 궁금하다.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정치인이다. 그의 죽음은 너무나 서럽다. 벌써 몇 해인가? 해맑던 손녀도 이제 할아버지 노무현의 죽음을 조금은 이해할 나이가 되었겠지.
언제나 신선하다. 도무지 늘지 않는 김창완의 연기처럼 서투른 연주지만 산울림의 음악은 들을 때마다 놀랍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음악이다.
조용필과 잭슨 마이클은 한창 인기 있을 때 무시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그들의 음악과 그들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자주 실소를 흘리는 나를 느끼며 깜짝 놀란다.
토다 에리카는 모르겠다. 내 블로그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고, 카테고리만 봐도.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그녀는 벌써 2년 전이다. 이후 그의 모습을 찾아보지도 않았다. 물론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헷갈린다. 다른 쪽도 아니고 일본이라 내가 싫어할 건더기가 무척 쉽게 드러날 수도 있으니까. (며칠 전 뉴스에 카세 료와 사귄다네.)
재즈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뒤늦게 접했는데, 여전히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데 데이비스 마일즈의 음악이 좋다. 이것도 모순인가?
미첼 조니는 참 늦게 접했다. 워낙 유명했어도 뭐랄까 굳이 서양의 포크 음악을 내가 왜 듣나 싶었다. 자주 할인 행사를 해도 언제나 장바구니에 담겨있지 않았다. 그리고 우연히 'Blue' 앨범을 듣고서 잠깐 파랗게 눈이 먼 경험을 했다.
하지원과 정채연은 개인에 대한 사랑이다. 물론 하지원의 경우 개인만이 아니라 웬만한 그의 작품 역시 사랑한다. 아직도 까만 치마를 입은 하지원을 처음 본 날의 기억이 남아있다.
채연이는 날마다 리즈인 매력 말곤, 말곤이라고? 정채연한테 나오는 모든 것이 다 좋은데. 말도, 손짓도. 심지어 그림자마저, 아, 나 인정. 나는 미쳤다. 칸트, 아니면 원효대사께서 쓰던 말씀을 써야 하나? 귀찮다. 날마다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존재 이유를 본인만의 매력이 아닌 수많은 작품에서도 차곡차곡 오르기 편한 계단처럼 쌓길 바란다.
어떻게든 결국 채연이에 대한 무서운(!) 사랑(?)으로 말뚝을 박는구나. 처음 쓸 때 '큭'이나 '쿨쿨' 카테고리였는데, 결국 '댕청'으로 옮겼다. 내가 게으르니까 다행이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쫓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채연이가 불쌍해진다.
마리 끌레르에 실린 채연이를 연정이의 개님이 그린 겁니다. 부럽습니다.
사뿐사뿐 계단을 밟아 정상으로 가길 바랬는데, 갑자기 가시밭길이 생겼다.
채연아! 아프냐? 나도 아프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 너를 사랑할 사람은 더 많아. 정채연!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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