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다!', '보다!'가 아니라 '만났다.', '만나다.'였으면 더 좋았겠지.
줄서기 없다길래 1시간 거리니까 느긋하게 30분 정도 여유를 주고 출발했다. 하도 게으른 놈이라 인천에 살면서도 행사가 열린 근처를 우연히 몇 번 지나간 것 말곤 땅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대략 1시간 전쯤에 닿았는데 이미 1층은 꽉 찼더라. 작은 키니까 욕심 낼 형편도 아니라 2층에서 그나마 시야를 확보했다.
쇼핑몰이라 2층의 높이가 상당하다. 1층으로 내려갈까 고민했다. 어차피 무대야 영상으로 자주 봤는데 실물이 얼마나 예쁜지 확인하는 게 오늘 1순위잖아. 하지만 게으른 나라서 결국 2층에 머물렀다. (나중 살짝 아쉽긴 하더라.)
쇼핑몰 안에 따로 넓은 공간이 있는 게 아니라서 무대가 너무 좁았다. 러블리즈의 안무는 동선이 큰 편인데. 그리고 음향이? 스피커가 문제겠지. 당연히 2층으로 전달도 그닥? 물론 배부른 투정이다. 쇼핑몰에서 어떤 수준의 음질을 기대하냐? 아이들 보는 것에 만족해야지.
드디어 등장. 무대 왼쪽에서 올라오는데, 류수정이 맨 먼저였나? 2층에서 봐도 키가 크고 말랐구나 그냥 느껴지더라. 그리고 아직 아이구나. 또 한 명의 수정인 이수정은 언니구나 바로 공감. 유지애는 사람들 말이 맞다. 물론 가까이서 보면 모르겠지만 비주얼 막내란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 사이사이 행동도 역시 마냥 귀엽고.
하지만 내 눈을 계속 잡은 것은 서지수였다. 왜냐면 누구보다 실물이 가장 궁금했으니까. 그러나 얼굴보다 먼저 왼 무릎 까만 보호대가 내 눈길을 억세게 잡아당겼다. 힘줄염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게 여전히 문제인가? 비활동기라면 제대로 쉬어 완전히 치료하는 게 좋은데. 아직은 정상을 확보하지 못한 걸그룹의 치열한 숙명인가? (빨리 낫자.)
단발 박명은, 이제 단발이 아니더라. 야한 생각 많이 했니? 머리 빨리 자라네. 이미주는 비록 2층인데도 이 아인 그냥 예쁘구나. 어느 노래였지? 머리를 탁 손으로 치고, 역시 도도. 그리고 섹시. 도도는 늘 말만 하면 무너지지만 섹시는 요즘 임계치를 모르던데 먼 거리에서도 느껴졌다. 막내 정예인은 확실히 선이 고와. 너무 고와.
하지원 이후 정말 십 몇 년 만에 연예인을 봤다. (하지원은 만났다라고 해야겠지.) 물론 그냥 연예인이 아니라 좋아하는 연예인. 이제 정채연만 남았나.
데스티니 - 안녕 - 어제처럼 굿나잇 - 아츄 - 그대에게
5곡이나. 두근두근. 역시 사람 욕심이란? 앵콜로 '그대에게' 말고 '캔디젤리러브'나 '라푼젤'을 원했는데. 후자는 내년 1월 콘서트에서 부르겠지.
2층에서 보니까 당연히 아이들의 얼굴을 강조할 면보다 몸매 등의 선이 도드라졌다. 특히 춤을 출 때 동선이 확실히 눈에 띄더라. 무대가 너무 좁아 앞서 말했듯이 부딪히거나 부딪힐 뻔도 했지만 아이들의 춤으로 그리는 선이 마치 광화문 광장의 촛불처럼 예쁘게 움직였다. 이거 위에서 내려 보는 장점이네.
그리고 '어제처럼 굿나잇', 익숙한 안무하고 다른 것 같던데. 아직 러블리즈를 안 지 시간이 모자라 내가 몰랐던 건가?
2층이니까 동선이 유독 눈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글을 쓰는 지금도 눈앞에 수시로 떠오르는 것은 예인이다. 직캠이나 음악 방송에서도 늘 확인했지만 (다치기 전까지 배운) 무용 때문인지 아니면 선천적인지 춤을 출 때마다 그 선이 너무나 곱고 아름답다. 아육대 리듬체조에서도 기술적인 면에서야 성소보다 모자랐지만 움직일 때마다 만들어지는 그 선이 얼마나!!!!!!!!
무대가 좁은 것 상관없이 손짓, 발짓, 몸짓, 다 선이 이쁘다. 곧 스무 살 된다고 예인이가 으쓱하던데 한 살 더 먹으면 예인이가 공간 속에서 그릴 선이 얼마나 더 고와질까! 두근두근!!!! 콩닥콩닥!!!!
내년에 러블리즈를 선이 아니라 면으로 제대로 볼, 아니 만날 수 있겠지. 올해도 여전히 내게 늪이었지만 러블리즈의 음악을 알면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내년에 나는 웃음소리까지 가졌으면 싶고, 러블리즈가 꼭 1위를 할 수 있길 바란다.
사진 출처는 그림판.
2층에서 저 장면을 놓치지 않았는데 역시 가까우니까 얼굴이 전하는 말을 제대로 볼 수 있구나. 다음에 꼭 (보는 것보다)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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