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촌장 - 숲 (1988)

01 가시나무
02 새벽
03 새털구름
04 나무
05 새날
06 때
07 새봄나라에서 살던 시원한 바람
08 좋은 나라
09 푸른 애벌레의 꿈
10 숲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해만큼 무서운 놈도 없다. 그런데 그 오해보다 더 곤혹스런 놈이 있으니 바로 첫인상, 선입견이다. 왜 갑작스레 선입견이란 생소한 단어를 꺼냈을까? 바로 이 음반에 내가 가진 선입견에 대한 감정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난 종교에 그리 따듯한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종교에 대한 내 생각은 김일성의 말로 요약된다.

"종교는 아편이다."

종교, 특히 권력에 질기게 매달린 종교란 것에 대한 내 감정이고 의지다. 그래서 기독교란 놈을 더 미워할 수밖에 없다. 애당초 편견으로 중무장했고, 그것을 아편처럼 중독 시키니까. 아무튼 이런 내 생각 역시 선입견이고 오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의지를 꺾을 일은 전혀 없다. (아마 일어나기 어렵겠지. 늘 기독교는 '그럼, 그렇지!' 하는 자극을 대중에게 던져주니까.)

왜 내가 이 음반을 소개하면서 웃기지도 않게 종교와 선입견, 오해에 대해 떠들까? 바로 하덕규 때문이다. 하덕규는 나중 CCM으로 삶을 낭비한다.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낭비란 말을 썼으니 따지지 말자. 음악적 재능을 쓸데없는 것에 소비하는 게 아까울 뿐인 내 견해일 뿐이니까.)

처음부터 그가 기독교에 중독된 환자였다면 난 그의 앨범, 음악 자체를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에야 나이를 먹어 편협한 감정이 많이 누그러졌지만 그 당시 난 겨우 20살이었으니까. 만약 앨범의 뒷면에 새겨진 감사의 말을 먼저 봤다면 이 앨범을 집어 들지 않았겠지.

앨범 전체에 CCM으로 넘어가는 그의 마음이 제법 노골적으로 드러난 편이라 2집에 비해 노랫말에선 손색이 많다. 하지만 종교의 부정적인 면을 배제하고, 좋은 나라, 좋은 나무에 대해 자신 있게 오해할 수 있다면 무척 따스하게 안아줄 지도 모른다.

예수를 믿어야 천국에 가고,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 이 말에 현혹될 나이도 아니고, 그리 나약한 의지만 있지도 않다.

잡담 한 토막)

선입견이 없이 세상을 보는 게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인지, 비루한 나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버리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세상이고, 볼품없는 내가 그래도 좋아하는 음반은 그래서 더 값지다. (외국 노래였다면 노랫말을 모르니 선입견을 애당초 가지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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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성 : ★★★★ / 노랫말 : ★★★★

이 노래가 특히 좋아? 들어봐!

01 가시나무
02 새벽

04 나무

06 때
07 새봄나라에서 살던 시원한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