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 女僧
女僧은 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佛經처럼 서러워졌다 平安道의 어늬 山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山절의 마당귀에 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문학동네 - 1판 7쇄 2009년 9월 17일 '불경처럼 서러워졌다'란 말은 늘 나를 죽비로 세게 때린다. 처음 읽고선 얼마나 어색한 직유인가. 의아했다. 하지만 여승이 된 한 여인의 삶, 한심한 지아비를 기다리다 딸아이마저 도라지꽃으로 기억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 결국 ..
횡설수설 취미/시
2013. 8. 26. 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