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僧은 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佛經처럼 서러워졌다
平安道의 어늬 山깊은 금덤판 1
나는 파리한 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 2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山꿩도 설게 3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山절의 마당귀에 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정본 백석 시집> - 문학동네 - 1판 7쇄 2009년 9월 17일
'불경처럼 서러워졌다'란 말은 늘 나를 죽비로 세게 때린다.
처음 읽고선 얼마나 어색한 직유인가. 의아했다. 하지만 여승이 된 한 여인의 삶, 한심한 지아비를 기다리다 딸아이마저 도라지꽃으로 기억해야 하는 신세가 되어 결국 어떻게든 속세의 인연을 끊으려는 모진 결심으로 그렇게 살아온 날들을 불경이 변명하고, 그것은 시 안에서 하나의 상징이 되어 자연스럽게 서러워졌다란 말에 절로 내 몸과 맘조차 떨게 만들었다.
상징이 직유가 되고, 그것이 다시 은유가 된다. 그것도 온전히 시 안에서만.
합장한 여인은 인연을 끊으려했어도 난 옛날 파리한 여인을 떠올리고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여인이 나를 찾아온 것은 우연이었으리라. 그러나 내가 여승을 찾아간 것은 우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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