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데뷔작이라니! 이 작품 때문 커진 기대는 선입견마저 벌써 단단해졌다.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면서도 또한 실망할까봐 두렵기도 하다.
10대들이 겪는 고민, 성과 친구와 가족, 그리고 충돌과 화해.
흔하다. 이런 소재는 접근하느라 고민할 게 없어서 좋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다고 하지만 그것은 경쟁이 없는 사회에서나 통할 말이다. 그가 돈벌이로 만화를 그렸다면 결국 사람들의 기억에, 입에 오르내려야 한다. 즉 차별화가 필요한데 흔한 소재라 그 수고가 몹시 힘들고 어렵다. 더구나 누구나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소재로 쓰는 단편의 어려움은 장편보다 내공이 더 필요하다. 풋내기가 감당하기엔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제대로 꾸려갈 수 있나? 당연한 물음인데, 어느새 당혹스러운 감정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나의 따듯한 눈길은 작가를 놓치지 않고 있다. 흔한 소재, 단편의 어려움. 지은이는 그런 불안을 확실히 눌러버렸다.
과학(혹은 마법?)과 감성의 자극, 이 조합으로 그는 접근했고, 결과는 만족스럽다.
현실과 환상을 능숙하게 섞어 맛있는 비빔밥을 요리했다. 누구나 꿈꾸는 희망을 보여줬다. 따듯한 작가의 시선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억지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 생각은 작가의 몫이니까.
작품 속에서 가장 와 닿은 대사 중 하나가 '망가진 부화기의 알처럼 절대 깨지 못하고 있는……' 하면서 학생들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담임샘의 말이다. 그러나 이게 어린 10대에게만 해당될까? 나이를 먹어도 자신을 감싸고 있는 알을 깨지 못하는 현실, 그것이 버거운 것은 마찬가지다. 10대와 차이점이라곤 어른들은 알면서도 깰 용기가 없거나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나 역시.
이 작품의 유일한 아쉬움은 너무 짧다는 점이다. 생략이 가끔씩 지나쳐 오히려 내용을 풀어가는 데 버거운 호흡이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맘 때문 보채는 거다. 장점을 잃어버리지 않은 채 중편 이상으로 새롭게 다듬었으면 바람을 품어본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인상 깊은 구절☆
"우리는 잘 살아야 할 의무가 있어."
권리가 아니냐고 반문할 명제다. 이걸 의무라고 받아들이는 세상이 온다면 그 세상은 얼마나 눈부실까! 그렇게 꿈꾼다. 이런 꿈을 가질 권리, 혹은 의무라?
의무든 권리든 결국 내 미래는 내가 만드는 거다. 이걸 잊지 말자. 꿈꾼다면 그걸 미래로 만드는 자신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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