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밭. 롱테이크로 시작하는 첫 장면. 조금은 불안했다. 블루레이인데, 설마?
물론 요즘 봤던 눈이 부실 정도로 세밀하고 화려한 화면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도서관 대출 카드의 뒷면을 확인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눈이 부셨고 귀가 시렸다.
굳이 뭔 말이 필요하랴. 디브이디던 블루레이던, 스트리밍이던, 늘어진 테이프라도 러브레터 그 자체가 달라질 것은 없으니까. 오히려 내 또래 배우들의 20대 시절 얼굴을 보면서 이 영화의 기억이 시작된 그 때 내 나이도 20대가 저물 무렵이었는데 과연 어떤 얼굴이었을까 추억한다.
구월동 CGV 스크린에서 처음 봤던 이 영화는 40대 중반에 다시 봐도 여전히 시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래된 기억을 잊고, 새로운 기억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나이를 먹기 마련이다. 그러나 20여 년 전의 러브레터는 새로운 기억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마치 이츠키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가 심었던 자작나무마냥 나이를 먹은 그대로 내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었다. 오래된 기억과 손잡은 채. 아마 다시 20년이 흘러도 이 영화는 나에게 또 새로운 기억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
* 오랫동안 애타게 바랐지만 실제로 이렇게 블루레이로 발매될 줄 몰랐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다모가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것과 카우보이 비밥을 디지털 HD로 처음부터 다시 제작하는 날도 왔으면 좋겠다. 둘 다 어렵지만 아마 전자가 더 힘들겠지. 대한민국에서 언제쯤 HD로 찍어놓은 드라마를 DVD로 뭉개놓고 돈을 쳐 받는 날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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