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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 뻐꾹새

횡설수설 취미/시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4. 3. 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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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잦다.

이른 새벽에 깨어 울곤 했다.

나이는 들수록

恨은 깊고

새삼스러이 虛無한 것이

또한 많다.

이런 새벽에는

차라리 祈禱가 서글프다.

먼 산마루의 한 그루 樹木처럼

잠잠히 앉았을 뿐……

눈물이 기도처럼 흐른다.

뻐꾹새는

새벽부터 운다.

孝子洞終點 가까운 下宿집

窓에는

窓에 가득한 뻐국새 울음……

모든 것이 안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혹은 사람의 목숨도

아아 새벽 골짜기에 엷게 어린

청보라빛 아른한 실오리

그것은 이내 하늘로 피어오른다.

그것은 이내 消滅한다.

이 안개에 어려

뻐꾹새는

운다.



한국현대시문학대계 18 <박목월> - 지식산업사 - 재판 1982년 5월 20일



(게을러서) 울진 않더라도 이른 새벽에 깨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 억지로 다시 잠을 보채지만 결국 개운하지 못한 아침으로 일어난다. 그래도 고단하게 한을 내쉰 적은 없다. 그래서 시인의 말이 제법 우습다. 아직 40대에 한이라니.


내 눈에 보이는 거라곤 지식인 사회에서 버겁게 견디는 중년의 힘들고 고된 여름의 하루다. 안개처럼 뿌옇게 칠해져 있던.


그리고 여전히 뿌연 안개에 잠긴 내 얼굴을 가만히 더듬었다. 아직도 난 어른이 되지 못했고, 그래서 한보단 솔직하게 울고 싶을 뿐이다.


뻐꾹새처럼 울까? 참새처럼 울까? 나도 모르겠다. 그냥 울고 싶을 뿐이다. 40대가 마냥 한을 언급하기엔 어린 나이라고 해도 그렇게 살고 있는 시인의 삶이 부럽다. 새벽부터 울었으니 뻐꾹새는 한을 가질 수 있는데, 난 울고 싶다고 투정을 부릴 뿐 결국 제대로 울어 본 적이 없다. 뿌연 창을 열고 하늘로 올라가는 울음을 던져볼까?




시인이 20대에 썼다고 오해해 그의 치기를 비웃었는데, 내 또래에 쓴 걸 알고 나니 전혀 새로운 감정이 생겼다. 결국 사람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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