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이돌과 인디

쿨쿨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08. 12. 17. 14:26

본문

아이돌과 인디.

친일파와 독립군. 뉴라이트와 정신대. 이명박과 한우. 강만수와 원화 강세. 이처럼 마주 선 것으로 대부분 받아들일 거라 짐작한다. 그래도 아무 말 없이 계속 '아이돌과 인디?' 묻는다면 당혹스러울 거다. 뭐라고 답해야 할 지 몰라서.

 

좀 더 구체적으로 묻자. 둘 사이 공통점, 교집합은? 아마 계속 곤혹스럽지 않을까! 시소의 양끝처럼 교집합을 찾는 게 무척 버거울 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그 대꾸가 옳다. 그래서 조건을 달자. 순수하게 음악적인 면보단 그 음악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면, 특히 수동적으로 소비만 하는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우려할 만한 것을 따지자.


아이돌의 주 소비층은 10대다. 그럼 인디의 주 소비층은 누구일까? 30~40대라고 답하지 않겠지. 인디는 20대가 없다면 소멸할 기호식품이다. 20대는 갓 10대를 경험한 세대다. 즉 아이돌을 소비하던 아이들이 술을 마실 줄 알면서, 화장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인디를 하나의 유행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인디의 주 소비층은 20대다.


10대, 20대는 아직 어리고 미숙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별력이 떨어지지만 각자 우상인 아이돌과 인디에 편협하면서도 광적으로 열광하기도 한다. 편협한 것은 나이를 가리지 않아 그들이 즐길 문화를 찾는 것에 감놔라 배놔라 하고 싶지 않다. 소비자에게 따지려는 게 아니다. 바로 생산자인 아이돌과 인디에게 투덜거리고 싶다.


가요의 전성기였던 70~90년대 중반까지 풍미했던 가수, 특히 집단을 보자. 그들은 요즘 아이돌이나 인디처럼 특정 계층에 소비되지 않았다. 모든 연령을 충분히 상대했다. 소비하는 그들의 반응은 세대마다 뜨거웠다. 인터넷이 없던, 오히려 언론이 통제받던 세상이었어도 지금보단 파급력이 훨씬 컸다.


산울림

송골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들국화

시인과 촌장

어떤날

빛과 소금

봄여름가을겨울

부활

백두산

시나위


그 이후로 넘어가자.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R.ef


룰라

자우림
체리필터

롤러코스터

더더

노브레인

크라잉넛

G.O.D

H.O.T

SES

핑클

베이비복스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원더걸스

브라운아이드걸스


이제 노래를 보자. 이게 90년 초부터 중반까지 주목받던 가수들의 대표곡이다.


푸른하늘 - 눈물 나는 날에는, 자아도취

변진섭 - 홀로 된다는 것, 희망사항

김현철 - 춘천 가는 기차, 오랜만에,

신승훈 -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김건모 - 잠 못 드는 밤에 비는 내리고, 잘못된 만남

이소라 - 난 행복해

서태지와 아이들 - 난 알아요, 하여가


90년 후반 아이돌의 대표곡을 보자.


H.O.T - 캔디(1996), 빛(1998)

SES - I'm Your Girl(1997), Dreams Come True(1998)

핑클 - 영원한 사랑(1999)

베이비복스 - Killer(1999), Get Up(1999)

G.O.D - 거짓말(2000)


아마 동방신기 전까지 21세기 초반은 아이돌의 공백기였나 보다.


동방신기 - Rising Sun(2006)

브라운아이드걸스 - L.O.V.E(2007)

원더걸스 - Tell Me(2007), Nobody(2008)

소녀시대 - Kissing You(2007)


90년대 후반부터 인디 중 주류라고 할 그룹의 대표곡이다.


더더 - 내게 다시(1997), 소소(2003)

크라잉넛 - 말 달리자(1998)

체리필터 - 낭만고양이(2002), 오리날다(2003)

롤러코스터 - 내게로 와(1999), Sunsick(2004)


대표곡만 보면 아이돌에 비해 영어로 된 제목이 거의 보이지 않아 안도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어 제목, 심지어 노랫말 속에 점점 우리말이 움츠러들고 있다. 더구나 더더나 체리필터와 달리 대중적으로 실패한, 간단하게 소비층이 더욱 좁은, 흔히 비주류라고 할 인디 그룹은 과장하자면 마치 헤비메틀의 짓거리를 따라가는 분위기다. 그래서 이런 그룹에 대한 내 솔직한 심정은 그냥 변방에 있다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이런 그룹이 주류로 올라서는 걸 원치 않는다. 이 부류를 비꼬자면 이렇게 유행에 우르르 오랫동안 휘말리기도 참으로 어렵다. 그냥 한숨만 나온다.


왜 세상이 이렇게 변했을까? 음반 시장이 작아졌으니까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이름도 노래도 영어로 바꿔야만 하는 걸까? 과연 그렇다고 동의해야 하나?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요계에서 한류가 베이비복스에서 부각되었다고 본다면 왜 중국말이나 일본말이 아닌 영어로 이렇게 치장을 할까. 그것도 조잡한 화장을.


한글날만 되면 떠들썩하다. 하지만 편하게 입는 한글티셔츠 하나 보기 어렵다. 우글거리는 길 한복판에서도. 이렇게 오랫동안 한글을 외면하는 세상이다. 왜 그럴까? 설마 이명박 때문.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전부터다. (이명박의 짓거리도 이런 세상의 유행을 놓치지 않으려는 걸까? 아니면 외면했던 현실을 인정한 것인가?)


미국에선 외국영화는 흥행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막으로 읽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문맹도 있겠지. 그래도 대견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큰 대자를 떡하니 붙이는 대한민국은 어떤가?


영화제목만 봐도 웃긴다.


스파이더맨, 슈퍼맨은 애교다. 본 스피러시, 이글아이.

뭐 게임은 오히려 블리자드가 만든 게 우리 게임에 가깝고 엔씨소프트나 넥슨에서 만든 것이 외국 게임같으니 말 다했다.


항변을 하는 분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고. 그럼 중국은? 중국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엘에이 레이커스를 호인이라고 불렀다. 아니 오히려 레이커스에서 적극적으로 호인이라고 자칭했다. 호수에서 사는 사람.

중국을 후진국이라고 깔보잖아. 대한민국은!


이것은 나라의 덩치가 크고 작고의 구분이 아니다. 정치와 교육에서 처음부터 잘못 출발한 결과물이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만큼 영어, 아니 서양에 절어있으니까. 하지만 일본이 100년에 걸쳐 절었다면 우리는 겨우 20여년 만에 온통 까발린 채 헤헤 거린다는 점이 문제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교육과 정치는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화에서, 음악이나 영화 등 개인이 쉽게 받아들이는 상업예술에선 출발점을 만드는 것은 아주 쉽다.

그냥 영화제목을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고 부르면 된다. '브렉퍼스트 인 티파니'란 우스꽝스런 제목을 붙이지만 않으면 된다. '불길에 휩싸인 왕국'이라고 하면 되지 웃기게 '킹덤어더파이어'라고 하지 않으면 된다. 초등학생 구구단보단 쉬운 해결책이다.

노래. 내가 아무리 소녀시대를 좋아해도 그냥 아가아가, 혹은 자기야 자기야 라고 부르면 된다. 베이비베이비가 아니라.


이렇게 자란 10대들은 겉멋 들은 20대로 자란다. 인디, 특히 홍대에서 주류를 꿈꾸는 비주류를 보면 가관이다. 이들은 한류하곤 전혀 별개다. 애당초 일본의 록문화를 볼 때 경쟁력도 거의 없다. 그런데 그룹이름과 노래를 보자. 대부분 영어다. 그리고 노랫말도 영어투성이인 경우가 많다. 지금이 60년대 미군부대 시절인가? 카피밴드도 아니면서 되지 않는 영어발음으로 무슨 말인지도 알아듣지 못하는 20대에게 악을 써대고 있다.


결국 소수를 제외하곤 순간적인 중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뿐이다. 그런데 왜 먹힐까. 자신을 분별하지 못한 10대가 성장하면서 술과 화장을 하면서 그게 멋있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냐면 이들의 음악은 골고루 모든 세대에게 소통되는 게 아니라 미숙한 10대 20대가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점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를 가르칠. 아직 분별력이 떨어진 아이들한테 우리말을 밀어내기만 하고 영어로 혹은 그 이외 말로 최면을 걸수록 나의 우려는 심각해진다.


폐해는 벌써 드러나고 있다. 간지라는 말을 보자. 방송에서도 쓰고 있으니 말 다했다. 인터넷에선 누가 보면 엄마, 아빠처럼 친근한 우리말인 줄 알고 있다. 심지어 일본인도 한국어인 줄 오해할 지도 모른다. 이런 모든 것이 인디와 아이돌이 토해내는 외국어의 홍수에 노출되면서 이미 면역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당연히) 그래도 좀 더 호들갑스러운 것은 노래는 영화와 달리 좀 더 쉽게 그리고 오랫동안 편하게 흥얼거리기 때문이다.


결국 이렇게 자라 아이들이 30대가 되면 재즈와 포도주에 더 깊이 잠겨버린다. 겨우 10년 남았을 뿐이다.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라 더욱 두렵다. 왜냐면 지금도 내 또래에서 그 겉멋에 진저리치고 있으니까.


나라는 점점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이렇게나마 난 우리 것을 지키고 싶은 보수이고 싶다.

'쿨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래서 세상은 살만한가 보다  (0) 2009.02.26
악마  (0) 2009.01.07
막장 드라마의 막장 캐릭터가 판치는 막장 세상  (2) 2009.01.02
남의 노래  (0) 2008.11.14
빠와 까  (2) 2008.10.26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