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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와 오랑우탄

쿨쿨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4. 8. 2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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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힘은 절대적이다. 괜히 부잣집 엄마가 돈다발을 맘에 들지 않는 상대한테 던지는 장면이 수시로 반복되는 게 아니다. 이것은 나라 대 나라에서 더 신랄하게 적용된다.

출퇴근길 신도림행 전철에 구겨진 사람들처럼 어깨동무를 한 자전거로 붐볐던 북경의 풍경을 더이상 기억하기 어렵다. 지금은 그때의 자전거보다 더 많은 숫자의 차들이 시도때도 없이 황사나 미세먼지처럼 시내를 덮고있다.


갑작스레 부자가 된 중국을 보자.


고구려는 자신의 역사가 아니라고 도굴을 당하든 훼손을 당하든 거들떠도 보지 않던 80년대의 중국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주머니에 돈이 삐져나올만큼 많아지고 총과 칼로 힘이 생기자, 어제까지 '저게 해야'하고 떠들던 입으로 '저건 달이야'하고 외치는 동북공정, 심지어 필리핀이나 베트남에 달라붙은 섬마저 지네 땅이라고 우기는 사태마저 일어났다. 제주도 부동산을 보면 이놈들은 언젠가 제주도도 지네 땅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보면 농으로 가볍게 던진 말이 결코 아니다.


만만했던 중국을 이젠 '개쌍놈 자식들 돈만 있으면 단줄 알아, 너넨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며 자그맣게 뒤에서 헐뜯으며 위안을 삼는 게 우리 처지다.


인도네시아.


우리가 아는 거라곤 어쩜 발리뿐이다. 그리고 또 아는 게 없냐고 물으면 대개 머리를 긁는다. 하지만 오랑우탄이라고 말하면? 그제야 아는 척을 하며 그게 인도네시아야 하고 되묻는다.

판다보다 못할 게 없는 오랑우탄인데 마치 두 나라의 위상 때문인가 오해하게 만들어버린다. 오랑우탄이 귀한 존재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냥 학살의 대상이고, 방치된 생명체일 뿐이다. 그러나 판다는? 중국에서 사람보다 확실히 귀하게 대접받고 있다. 심지어 해외로 보낼 때도 철저한 관리에 일정 기간 임대 형식이다. 바람 불면 꺼질까 조심 조심한다. 개쌍놈이라고 깔보지만 중국은 자기 것은 또 확실히 지킬 때도 있다. 자기 게 아니어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놈들이니 얼마나 심하겠는가. 반면 자기 것을 지키지 못하는 인도네시아를 깔보며 꾸짖을까, 아니 욕할까?

묘하게 왜놈의 가벼운 돈뭉치에 얼씨구나 범을 사냥하러 몰려다니던 어리석은 조선이 떠오른다.


오랑우탄을 대하는 태도로 성급하게 인도네시아를 결론짓고서.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로 낙인찍히는 - 내가 살고 있는, 우리가 살고 있는 - 대한민국을 돌아보면 어떨까? 어느 나라가 대한민국을 제대로 평가할까?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징검다리를 밟는 것처럼 눈물이 난다. 국민이 침몰하고 있는데도 가만히 배회만 하고, 그걸 생중계로 지켜보는 국민은 나 또한 저 자리에 있다면 팽개쳐 죽음만 기다릴 수밖에 없구나. 죽었겠구나.


판다를 아끼는 중국. 오랑우탄을 죽이는 인도네시아. 국민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대한민국. 세월호의 비극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그것을 비극으로 기억하는 이는 대중뿐이다. 돈과 힘에 매몰된 놈들은 세월호로 인해 여객선 사업주와 낙하산 인사들이 돈 벌기 어렵다는 하소연에 카지노를 허용할 생각이다. 안전은 개뿔이다. 비극이 시작된 날에도 안전을 궁리한 정부는 없었고, 내일 제2의 세월호가 와도 여전히 안전은 개뿔이리라.


국민이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대한민국에서 오랑우탄을 걱정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미안하다! 오랑우탄! 부럽다!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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