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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과 5월의 기록 - 단심가와 하여가

쿨쿨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09. 5. 3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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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과 5월 다음블로그에 올렸던 글에 조금 살을 붙이고, 조금 뼈를 잘랐다. 붙인 살은 울분과 울음과 원통함이고, 잘라낸 뼈는 기대와 희망이다.
겨우 1년 정도 지났을 뿐인데, 그 당시 남은 4년 어떻게든 버티면 다시 사람 사는 세상이 오겠지 그런 순진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통해 이미 지옥에 빠진 것만 같다. 아마 이명박이 대한민국을 이스라엘의 신에게 바쳐야만 해결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신이 소돔과 고모라를 선사할 것 같진 않다. 만약 소돔과 고모라를 선사해도 늘 보던 풍경처럼 가진 자들에겐 남의 일이요, 못 가진 자들에게만 고통이자 벌일 뿐이다.
4년을 버티자. 어떻게든 되겠지. 설마 죽기야 하겠어. 이 생각이 1년 만에 지옥과도 같은 한 철로 드러나자 남은 3년이 무척 두렵다.

사람은 왜 이리 이기적일까? 특히 힘을 가질수록 왜 이기적으로 변하는 걸까? 더구나 왜 그 힘을 자신이 아니라 남에게 휘두르려고 할까? 왜 남의 것을 뺏으려고 할까? 그게 사람이 가진 유전자인가!

전 대통령을 자살로 등을 떠밀린 정부, 국회, 검찰, 경찰, 법원 그리고 언론은 과연 또 어떤 사건을 만들까? 과연 검찰이나 경찰, 법원, 언론이 대부분 대한민국인에게 필요한 조직일까? 1%만을 위한 이익단체가 아니냐고 물어도 굳이 대꾸가 없을 듯하다.

500여 년을 살아 숨 쉬던 숭례문 화재.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타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 자꾸만 터지는가?


그분을 떠나보냈다.


일 년에 한 번 오를까 높다란 뫼에도, 주말마다 들르는 뒷산에도, 매일 마주치는 거리에서 상록수를 볼 때마다 그분을 떠올리겠죠. 어릴 적 추억을 소망하며 날리던 종이비행기. 그러나 이젠 푸른 하늘에서 날아가고 있는 종이비행기를 볼 때마다 자유와 민주, 그리고 그분을 떠올리겠죠. 원망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렇게 만든 국민들은 자신을 원망하겠죠.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이렇게 목 놓아 국민들은 노랗게 울었습니다. 그러나 그 원망을 희망으로 쏟아낼 수 있도록 다신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길 바랄 뿐입니다.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


- 정몽주의 단심가


"이런들 엇더며 져런들 엇더료
만수산(萬壽山) 드렁칡이 얼거진들 엇더리
우리도 이치 얼거져 백년(百年)지 누리이라" 


- 이방원의 하여가


정몽주와 이방원, 전자는 패자고, 후자는 승자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대에서 이방원처럼 잘 먹고 잘 살자는 현실이자 이상이 돼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몽주처럼 살고싶기도하다. 그래서 사랑은 더 자극적으로 변하는 걸까?


대통령이 바뀐 지도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그런데 2MB는 이방원처럼 살고 싶어하나보다. 그것도 절절하게.


'이런들 엇더며 져런들 엇더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이다.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 나라가 지금 미국이나 중국처럼 힘센 나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수단과 방법을 가릴 이유조차 없으니까. 남의 나라 사람이 굶어 죽던, 맞아 죽던, 소고길 먹다가 뇌수를 질질 흘리며 죽던 무슨 상관이랴?


'만수산(萬壽山) 드렁칡이 얼거진들 엇더리
우리도 이치 얼거져 백년(百年)지 누리이라'


백년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아보자. 정말 그럴까? 하는 짓거리를 보면 과연 이 나라가 그렇게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 들다가......, 갑자기 내 무릎을 쳤다.


국민을 회사원, 종업원으로 생각하는 대표이사 2MB라면 과연 백년을 함께 할 사람을 누구라고 여길까? 대주주, 주요 주주, 또는 그 관계인일뿐이니 이방원의 유혹처럼 재벌과 고위직 관리들은 100년, 아니 이 나라가 망하기 전까진 자자손손 배를 두드리고, 등 따습게 살 수 밖에 없다. 정말 기묘하지 아니한가? 그런데 이보다 더 우스운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물소 떼가 자신보다 힘도 약한 사자들에게 먹히는 것을 볼 때마다 어리석다고 욕하면서 답답했는데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태는 더 가관이다.


대통령 선거 전 어버이께서 말려도 농으로 2MB(Mega Bit)가 당선되면 이 나라에 짐작하기 어려운 대재앙이 닥칠지도 모른다고 투덜거렸다. 그런데 욕을 먹으면 오래 산다고 했던가? 말이 씨가 된다고 2MB는 당선되자마자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상상조차 못했던 성과를 거침없이 보여주기 시작했다.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가? 저마다 다른 견해를 갖고 있겠지만 내 입장에선 거짓과 변명이다. 그동안 거짓과 변명 뒤에 약간 속죄하는 시늉을 하면서 조금은 뒤로 물러났다 다시 들이미는 게 정치가들의 처신이었다면 2MB는 거짓과 변명 다음 자신이 거짓말을 했던 기억, 자신이 변명을 했던 기억조차 쉽게 지워버린 채 무조건 더 큰 일을 저질러 버린다.

덕수궁 대한문에 세워진 분향소를 부셔버리는 그의 짓거리가 무엇일까? 변명조차 그에겐 없다. (이게 현재진행형이란 것, 그리고 채 한 걸음도 떼지 않았던 사실이 절망스러울 뿐이다. 여기서 누굴 불러야 하나? 부처님, 인샬라, 아님 2MB가 그리 좋아하고 떠받드는 분? 그 분이 돈은 아니라고 하더라.)

국내 1위 기업 현대건설의 붕괴를 떠올리면서, 동시에 그가 대한민국에 못질과 망치질을 해대는 짓거리를 보면서 이 나라가 어떻게 부서질지 걱정된다. 이 나라뿐만 아니라 한겨레마저 망가뜨릴 것 같아 두렵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섭고 안타까운 것은 국민의 50%나 그를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미 새로운 청계천 건설에 대한 서울 시민, 덧붙여 관광객들의 발걸음으로 확인이 되었다. (아직도 복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허탈하다.)


아마 이번 쇠고기 굴욕도 나나 강기갑씨나 전 농림부장관, 그리고 나머지 50%에 못 미치는 국민이나 굴욕으로 받아들이지, 과연 축산농부들은 어떨까 의문이다. 왜냐면 난 그들 중 많은 수가 당연하게도 2MB를 지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거리에 나가 머리띠를 맨 사람들 중 2MB나 한나라당에 투표를 했다면 자진해서 시위 현장에서 떠나라고 한다면 과연 몇이나 남아있을까?

여전히 이게 자신과 다른 현실이라며 외면한 채 제 손에 쥔 돈이, 혹은 권력이 상위 1%라고 믿고 있는 50%나 달하는 지지자들을 볼 때 이번 쇠고기 굴욕은 마치 2MB에겐 밥 먹고 하는 트림처럼 흔한 버릇으로 태연하게 자행될 것이다.

물론 나도 역시 돈이 좋다. 실패하지 않았다면 어쩜 1%는 아니라도 10%에 해당하는 자산을 모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살아왔다면 열렬히 2MB를 지지했을 지도 모르겠다. 완벽하게 세습 귀족으로 만들어주려는 그의 유혹을 부처가 아니라면 거부하기 어려우니까. 더구나 정말 국민의 50%가 이방원의 시처럼 100년을 함께 할 자산을 갖고 있다면 굳이 반대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최근 바디숍 창업자인 로딕 아니타의 천억에 달한 전 재산이 자녀들에게 남기지 않은 채 사회에 기부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부러웠다. 그런 사회를, 동시에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대통령이란 자가 만들어가는 이 나라가 부끄러워졌다.

결국 본성은 타고나야 하는 건가 하는 심정으로 긍정적인 희망보단 부정적인 절망 속으로 도망치고 싶다. 나 역시 이미 2MB라는 촉매에 훌쩍 화학반응, 돌이킬 수 없게 돼버리질 않을까 두렵다. 정말 두렵다.

이명박이 5년 동안 만들어낼 화합물이 무엇일까?

우황청심환이나 아스피린일지, 아님 청산가리일지. 하지만 후자라는 게 벌써 현실화되고 있어 두렵다.



거침없다. 마치 마라톤 허들선수의 행보를 보는 것만 같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계속 허들을 넘어뜨리는 것뿐이다.


동서로 이 나라 한 번 찢어보자. (천황만세!) 뚝딱 대운하.
돈 없으면 아프지 마라, 민영의료보험.
돈벌어. 왜 돈이 없어 싼 소고기를 탐해, 돼지고기나 처먹어, 미친 소 얼쑤 환영하며 수입하자.
내게 국민은 종업원, 부자는 주주, 주주의 이익을 위해 부자를 세습시키자.
더 이상 일본에게 뭐라 하지 말자....., 네 이웃의 죄를 용서하라.....,


일본이여! 내가 용서한다며 교회 장로의 본분 발휘하고 ……,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어렵다. 그의 머릿속에서 뭐가 또 튀어나올지……,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다. 원망하지 말라고 해도, 다시 이런 대통령이 나올지 몰라도 그전에 떡검과 떡찰이라는 조직이, 찌라시라는 조중동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의 이름은 바로 2MB(2 MegaBit)다. 2MegaBit 용량이 수십 기가, 아니 수십 테라비트 시대에 이리 무서울 지는 진정 몰랐다.


그에 대한 저항이 인터넷에서 시작, 거리로, 광장으로 퍼져가고 있다. 그런데 설마 인터넷에서 영어몰입교육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영어로만 소통하라고 할까봐 살짝 걱정된다. 살짝 ……?


노제가 벌어지는 동안 오색 채운이 하늘에 떴다고 한다. 정말 보기 드문 것이라 나라에 큰 경사가 있을 징조라는데 제발 빈다.


▶ 태평로 사진 출처는 경향신문


▶ 아시죠? 퍼갈 때는 꼭 출처를 밝히는 것이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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