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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3일 오전

쿨쿨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09. 5. 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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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전히 마당 감나무에 열매조차 열리지 않았다.

새들도 조용하군.

창밖에 고개를 내미니 비올 것처럼 꾸물거리는 날씨다.

그리고 텔레비전에 속보로 전해지는 자막.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최진실이 묘하게 겹쳤다.

이거 뭐야 잠시 멍했던 기억이.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결국 사실이 되었다.


현재 노무현에 대한 이명박의 공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진실이란 당사자가 아닌 이상 뭐라 대응할 수도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무척 안타까울 뿐이다.


부끄럽지만 내 나이에 투표를 행사한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대선인 경우 딱 한 번이다.

그게 바로 노무현이다.

비록 나의 기대와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나가 (특히 땅을) 가진 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역대 누구보다 청렴하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그는 뇌물수수에 대한 압박감이 예상보다 훨씬 심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답답할 뿐이다.

구정물뿐인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그렇게 오래 버텨냈던 사람이 자살이라니.


40여년밖에 살지 않는 내 삶 중 (지금도 힘들지만) 2년 동안 자포자기 살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멍하니 허송세월을 하며 가족들을 힘들게 했다.

그래도 자살이란 것은 전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보니 난 무척 이기적이었다.

나 때문 가족이 그리 힘들어 하는데.

(뭐 지금도 가족을 힘들게 하고 있다.)


남은 사람이나 국민의 충격을 생각하면 뻔뻔하고 이기적이어도 되는데.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란 어쩔 수 없이 그에 대한 정치적 지지와 별개로 무척 불행한 사건이다.

(이걸 보면 전두환이나 김영삼은 어떤 면에서 존경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최진실의 경우와 달리 눈물이 왈칵 쏟아지진 않는다.

아마 그에 대한 그동안 실망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가 선택한 죽음 때문 난 내 삶을 더 강하게 살아야지 다짐한다.


죽을 때까지 살자!


감나무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햇살이 한발 두발 나뭇잎을 흔들고 있다.


눈물을 훔쳐야겠다.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 노무현 일병의 사진 출처는 경향닷컴 (http://www.khan.co.kr)

▶ 아시죠? 퍼갈 때는 꼭 출처를 밝히는 것이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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