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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피릿은 프로듀스 101을 제대로 베껴야 성공한다

궁시렁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6. 8. 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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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기대했다. 1회만으로 섣부른 평가를 하지 말자. 기다려 3회까지 봤다. 다음 예고도 봤다. 그리고 나는 자신 있게 내뱉었다. 이게 뭐야?

섣부르지 않다. 설마 늦은 건가?


다음 예고에서, 나얼의 '바람 기억', 박효신의 '야생화'처럼 노래를 잘 부른다면 꼭 도전하라고 강요하는 노래와, 한창 인기 있는 트와이스의 '치얼업'이라니, 선곡을 보고 바로 욕을 뱉었다.


인지도가 모자란 걸그룹을 제대로 대중에게 알리자는 게 방송의 목적 아닌가? 그냥 그런 걸그룹 보컬들의 노래 실력을 들어봐. 대단하지? 그리고, 심지어 인기곡도 잘 부를 수 있다! 이따위 것을 증명하려는 거냐? 생판 남의 노래로 그것도 방송을 마칠 때까지.


(서인영 말투로) 미친 것 아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베스티 유지, 스피카 보형이 노래 잘 하는 것 다 알지 않나? 복면 가왕이나 불후의 명곡에서 몇 승도 거둘 실력자인데. 단지 부족한 것은 음방 1위나 음원, 정확하겐 멜론 1위일 뿐인데.


처음에야 대충 경연에 참가한 보컬의 실력을 시청자에게 보일 거면 두 번만으로 충분하다. 왜 시간이 지나도 계속 남의 곡을, 그것도 한창 인기가 있는 노래나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의 음원 순위를 더 끌어올리는 애먼 짓을, 도대체 왜 이들이 해야 하나? 대체 왜 뭣 때문에.

숫제 이럴 거면 오마이걸 승희가 러블리즈 '아츄'를 부르고, 케이가 라붐의 '상상 더하기'를 부르고, 이렇게 상대의 노래를 불러야 애초 방송 기획처럼 참여한 걸그룹을 대중한테 훨훨 알리는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걸스피릿의 성공은 쉽다. 좋은 소재, 재료가 있다. 방향을 모른다고? 프로듀스 101을 그냥 베껴도 상관없다.


프로듀스 101은 생소한 실험이라 초반 호기심을 끌었고, 그것을 지키려 아이들의 성장을 악마의 편집 등을 통해 자극적으로 다뤘다. 단지 자극적인 양념만 산발적으로 별 뜻 없이 뿌린 게 아니라 아이오아이로 완성되기 위한 시간과 인물을 김장 배추의 속을 골고루 채우듯이 놓치지 않고 따라가면서 국민 프로듀서는 저절로 연습생한테 감정이입하고, 그들의 무대에 공감하고, 그렇게 방송은 대박을 칠 수 있었다.


초반 경연은 선배 아이돌의 노래였다. 하지만 두 번의 경연을 마치고, 이후 신곡만으로 대중에게 인사를 했다. 프로그램의 흥행은 연습생의 신곡이라도 걸스피릿에 참가한 상당수의 걸그룹이 부러워할 인기를 제법 오래 누리게 만들었다.


걸스피릿에 참여한 이들은 연습생이 아니다. 프로듀스 101에 참여한 연습생들이 그리 되고 싶었던 걸그룹의 구성원이다. 그것도 실력을 갖춘 걸그룹이다. 프로듀스 101을 고려한다면 훨씬 더 좋은 소재, 재료다.


남의 노래로 경연하는 2군 걸그룹 보컬 한 사람씩의 싸움이 아니라, (전격전처럼) 온힘을 다해 자신들의 노래로 겨루는 2군 걸그룹의 싸움으로 패러다임을 확 바꿀 수 있다. 연습생만의 이야기에서도 호응이 대단했는데, 이미 데뷔한 걸그룹으로 경쟁을 붙이다니. 기존의 팬덤뿐만 아니라 새로운 팬덤을 흡수할 수 있는 수많은 꺼리가 넘치지 않나?


프로듀스 101에선 작사, 작곡, 연주 등을 다 방송국에서 제공했다. 하지만 걸스피릿에 참여한 이들은 애초 프로니까, 작곡가와 작사가, 안무가를 섭외하거나 직접 자신들이 참여할 수도 있고, 노래 분배를 하면서 갈등도 일어날 수 있고, 이 모든 것을 철저하게 자신들이 준비한다.


이런 것을 (방송에서) 본 일반 대중의 낯설고 가벼운 호기심은 점점 커질 테고,

노래 한 곡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구나 호응하면서,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수록,

걸그룹의 인지도는 점점 높아진다.


경연 혹은 경쟁을 준비하는 제작 과정을 지켜본 대중은, 프로듀스 101의 국민 프로듀서처럼 감정이입하면서 참여한 걸그룹과, 그들의 노래에 호감을 가지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이미 녹화가 제법 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는 형님이 잘못된 점을 깨닫고 포맷을 바꾸면서 흥행을 타기 시작한 것처럼, 심지어 무모한 도전의 무모한 구성을 포기하면서 국민 프로그램이 된 무한도전의 예도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12주가 아닌) 조금 더 방송을 연장하더라도, 단지 보컬 한 사람씩이 아니라 걸그룹 팀원이 전부 출연해서 경연을 준비하고, 경연을 하고, 팬덤의 싸움도 부추긴다. 이 모든 과정을 대중이 목격한다면,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반기를 책임질 방송으로 성공할 것이고, 오히려 프로듀스 101보다 2기, 3기를 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그리고 참여한 걸그룹은 방송 기획이 원했던 목표대로 전과 다른 수많은 팬덤의 호의적인 지지를 가질 수 있다. 이제 1위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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