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싸움구경과 불구경이 재밌다고 한다. 싸움은 구경하다 괜히 휩싸일 수도 있지만 온전하게 제 3자로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불구경이 (내 기준으론) 더 재밌다고 이기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버릇처럼 써먹던 이 말을 더 이상 내뱉을 수 없다.
천천히 가라앉는 배를 보면서 처음에 불구경과 같은 기분이었다. 당사자가 아니라서 묘한 흥분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의 무게는 무척 가벼웠다. 왜냐면 여객선은 기다란 옆구리를 아직 감추지 않았고, 해경은 그 옆구리를 건드리고 있으니 모두 살아날 거라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객선의 속살을 전혀 욕심내지 않은 채 배회하는 해경과 시간을 네모난 화면으로 무력하게 쳐다보면서, 그리고 여객선이 시커먼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서야 속살을 만지려고 뛰어드는 현실에 더 이상 불구경이 재밌다는 말을 가볍게라도 내놓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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