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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와 시청자의 권리

궁시렁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1. 3. 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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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리비아 침공.
나는 가수다.

공통점을 찾아보세요? 라고 묻는다면;

금방 그리고 쉽게 답할 것이다.

나는 가수다.

그야말로 미국의 이라크를 침략하면서 무차별적으로 퍼붓던 미사일이 생각날 정도였다. 그만큼 탐욕스러울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예고방송을 내보냈다.

획기적인 것을 넘어 도무지 예상조차 못했던 기획이라 찬반양론이 제법 뜨거웠고, 그와 별개로 모두가 이 도전을 기다렸다. 결과는 우려를 부셔버릴 만큼 제작사나 출연진, 그리고 시청자 모두 만족시켰다. 그러나 빨리 흥분에 취했나! 3회 만에 느닷없는 주정을 부렸다.

7명중 골찌(꼴찌가 아니라 골찌다.)면 탈락이야. 알았지? 그렇게 맹세하고 수도 없이 시청자에게 최면을 걸었다. 그래놓고서 그럴 상황에 처하자 바로 상을 뒤엎었다. 프로그램의 대전제이자 의미인 서바이벌의 개념을 즉흥적으로 버렸다. 오히려 서바이벌의 의미마저 새롭게 만들었다.
그 후폭풍은 누구나 예측한대로 거세게 반발을 가져왔다. (제작진이 몰랐다고 하는데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당연히 알았다. 그렇지 않다면 편집을 그렇게 하진 않았으리라.)

노이즈 마케팅 얘기마저 나오는데, 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고 보지만, 효과는 그 이상을 누리고 있다. 오직 지난주 일요일이 아닌 지난주 통째로 오직 대한민국에서 내보낸 방송은 나는 가수다 뿐인가 싶을 정도다.

반발하는 사람들 중 가상 거칠게 주장하는 것이 이런 프로그램 폐지하라고 한다. 더 이상 보지 않겠다면서.

나 역시 김건모의 어처구니없는 결정, 특히 그 정도 위치에 있는 가수가 이런 후폭풍을 당연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왜 그랬을까 하는 의아감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난 이번주 이 방송을 본방 사수할 것이다. 그리고 단언하건대 앞서 폐지하라고 떠들던 사람도, 보지 않겠다고 가슴 모아 외치던 사람도, 대부분 볼 거라 장담한다.

(만에 하나 만약 폐지하겠다고 찬반 투표를 한다면 난 당연히 폐지에 반대한다. 큰 결점이지만 이것으로 7명의 절창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생각하기 싫다.)

논란이 확대될수록 오히려 시청률은 올라갈 거라고 본다. 이 방송을 몰랐던 사람들조차 이제 대부분 알 거라고 장담한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알지 않을까.

대전제를 어긴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비난(비판보단 대부분 비난이었다.)하면서 부연설명을 다는 말이 있다. 시청자의 권리.

시청자의 권리가 뭘까? 그게 그리고 그렇게 대단한 걸까.

방송사 입장에서 최고의 결과는 광고완판이다. 비싸게 팔릴수록 더 좋고. 광고주 입장에서 자신들이 상품이 소비자의 눈을 확 끌 수 있어야한다.

현재 40%를 넘고 있는 웃어라 동해야. 그리고 평균 20% 중후반 대였던 시크릿가든.

광고주는 어떤 것을 선택할까. 기계적인 선택이라면 전자지만, 누구도 그럴 리는 없다. 후자를 선택한다. 즉 시청률 그 이상의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버릇처럼 정해진 시간에 보고나면 잊히는 게 아닌, 보고나서도 끊임없이 논쟁을 일으키는 것. 화제에서 멀어지지 않는 것.

그런 면에서 나는 가수다는 예전 시크릿가든을 넘어서는 열기마저 보여주고 있다. 그게 부정적인 호응일지라도. (싫어서 싫어하는 게 아니라 좋아했는데 배신감을 느낀 거라 호응이라 말을 썼는데, 비난하는 여론도 돌아오는 일요일에 11번에 채널 고정, 그것을 자신한다.)

방송국 역시 기업이다. (특히 MB정권에서 유난히 심하다.) 방송국의 실적을 올리려고 사철 프로그램 개편이 있는 거다. 거기서 시청자는 새로운 것을 보며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 있는 거다. 다만 그 돈으로 확인되는 실적은 방송국의 권리가 아니라 방송국의 의무다. 기업이니까.

방송국에게 최초로 권리를 주장할 주체는 앞서 말했듯이 광고주다. 그리고 다음 권리를 주장할 대상은 바로 출연진의 이익이다. 이익이 발생해야 더 열창을 하고, 더 열연을 하게 된다. 그에 따라 마지막 소비자인 시청자의 권리가 담보되는 것이다. 이런데 시청자의 권리 하면서 떠드는 게 우습다.

물론 이것은 나의 비약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청자의 권리를 곰곰이 따져보고 그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을 떠올리자. 이것만큼 제멋대로인 것도 없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결말 수정을 요구하는 시청자의 의견을 봐라. 실제 제작의도가 무산되는 경우 우린 흔하게 봤다. 이런 것도 시청자의 권리라고 한다. 터무니없다. 즉 시청자의 권리란 게 중요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이미 제멋대로란 것이 증명이 난 이상 제작사에게 순수한 가치로 여겨지지 않게 되버린 현실에서, 제작사와 광고주, 출연자가 모두 흥한다면 이것으로 시청자는 감수(?)해야 한다.

아직도 누그러지지 않는 논란은 이번 주 일요일을 궁금하게 한다. 미칠 지경이다. 장담한다. 시청률은 계속 오를 것이다. 7명의 열창을 보면 이소라나 개그맨들이 말했던 순번의 중요성처럼 이런 논란을 희미해지고 박수를 치고 있을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들은 대단한 가수다.

비록 악수였지만, 현재 진행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최선처럼 느껴질 정도다.

* 피디가 결국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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