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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역시 가수가 주인공이다.

궁시렁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1. 5. 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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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이 말 말곤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첫 무대를 연 임재범은 마치 허리케인 죠와 같았다. 제 몸을 불살라버리고, 타버린 재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바람이 불어도 불어도 흩어질 줄 모른 채 동료 가수와 청중평가단, 그리고 시청자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채워버린 재는 회색빛이 아닌 시뻘건 불빛 같았다.


가장 기대가 컸던 무대. 이소라가 부른 No.1.


모 아니면 도일 거라고 김범수가 말한 듯한데, 그의 말에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대가 끝난 후 한마디 던졌다.


"모!"


박정현.


나는 가수다가 시작하면서 난 언제나 박정현이 가장 위태롭다고 얘기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주위에선 이상한 눈초리로 반박을 하곤 했다. 그래도 내 억지를 바꿀 생각은 결코 없었다. 박정현이 기술적인 면에선 뛰어나지만 우리말이 서툴러 노랫말을 온전히 전달하는데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연이 시작될 때마다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더니 오늘 그의 소박한 바람이 실현될 거라고 믿게 되었다.


조용필의 노래는 노래방에서 누구다 한 번씩 부르곤 한다.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의 노랫말이 전하는 감정을 온전히 살리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그래서 조용필의 노래를 선택한 박정현을 보면서 이거 무리하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우였다. 박정현은 이제 가사 전달력마저 제대로 갖췄다. (누구보다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가 커져버렸다.)


조용필은 틀림없이 박정현에게 잘했다고 칭찬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자신한다. 박정현은 절대 떨어질 일이 없다고. 마지막에 박정현과 다른 가수가 남는다면 박정현은 분명 1위라고.


벅찬 감동의 무대를 잠시 잊고 평가 결과를 보면 의외였다.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무대라면 김연우와 윤도현이라고 생각했다. 엄살일지 몰라도 당사자들도 내심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김제동의 표정에서도 얼핏 비춰졌다. 그런데,


윤도현이 5위였다.


나는 가수다 평가 방법 중 1등 3표에 대해 불안한 의견을 제시한 분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뚜껑을 열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거라 했는데, 그런데 오늘 그 불안함이 현실화될 징후가 보였다.


아무리 록이 비주류라고 해도 윤도현 그 자체는 주류다. 참가자 중 대중적인 인기를 따지면 넘버원이라고 본다. 아마 예전처럼 1표씩만 투표했다면 자신 있게(?) 7위라고 할 수 있는 무대였다. 하지만 청중평가단은 3표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날 가장 좋은 무대뿐만 아니라 본인이 본래 좋아하던 가수에게도 표를 던졌다. 임재범의 4위만큼이나 의외 결과에 김제동 역시 놀란 표정이었다. BMK의 7위 역시 대중적인 지지도에서 비롯되었다. 더구나 낮선 재즈풍의 편곡까지 한몫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무대는,


좋았다. 그리고 다음 주까지 계속 좋을 것이다. 오래된 나뭇잎처럼 계속 내 속에 쌓일 나는 가수다가 너무 좋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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