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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 5선

왁자지껄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3. 9. 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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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오라고 제대로 기억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히야오로 계속 기억했고, 그게 입에서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다.


요즘 '바람이 분다'란 작품으로 한국에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 아직 그 작품을 보지 못한 입장이라 뭐라 말하기 어려워도 - 그가 거장이란 것을 아니오라고 말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본다.


일본 영화 흥행 1위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5위까지 찾아보면 우리에게도 제법 알려진 '춤추는 대수사선'이 꼬리를 차지하고, 몸통 모두 그의 연출작이다. 대개 일본 내에서 사랑받는 작품은 한국에서 정서나 표현 방법, 개봉 날짜 따위 여러 요소가 얽혀 우리나라에선 외면당하는 게 일쑤인데, 유독 그의 작품만은 예외다. 최근 '늑대아이'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엄청난 나이의 간격을 메우며 우리나라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긴 하다.


한 번 은퇴를 물리고 돌아왔던 적이 있지만 이제 나이도 있고 그의 은퇴 발표가 또 번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 이상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없다.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 감독의 물러남이 이렇게 아쉬운 예는 비록 세대가 다르지만 채플린 찰리와 히치콕 알프레드 이후 오랜만의 경험이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내가 아끼고 걸작이라고 생각할 5편의 작품을 어렵게 골랐다. 그의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감독, 연출로 참여한 경우를 말한다.


01 이웃의 토토


내 개인적으로 일본 영화 최고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것이 유쾌하고 좋다. 단순하고 분명하지만 그 속에 숨은 자그마한 것들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김소월의 시가 그 단순함만 있었다면 오래 사랑받지 못했을 것처럼 이 작품을 그의 대표작이라고 누구나 꼽는 데는 당연한 이유가 있다.


02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베를린 영화제 금공상.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대상을 받은 작품이면서, 일본 영화 흥행 최고 기록까지 세웠다. 2천만이 넘는 관객 동원은 아무래도 깨지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일본색이 짙긴 하지만 그 속에서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으로, 아쉬운 점은 여기까지가 어쩜 그의 창작이 한계에 달했다고 본다. 이후 만족스런 작품을 전혀 내지 못하니까.


03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원작 자체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로 그 중 일부만 표현한 것이지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과 누리씨, 그리고 주인공인 나우시카의 매력이 물씬 넘쳐있다. 아쉽다면 나우시카를 뺀 나머지 주요 등장인물의 매력이 볼품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힘은 그걸 만회한다.

실사로 이를 절반 정도만 표현할 수 있어도 일본 영화는 몇 단계 발전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04 미래 소년 코난


한 회 에피소드가 아닌 모든 에피소드를 전부 연출한, 처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그가 거장으로 자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비록 원작이 따로 있지만 그가 이 작품에 선보인 주장은 계속 확장하여 디스토피아의 누리를 이후 작품에서 꾸준히 선보였다. 지브리의, 아니 그만의 연출 방법론과 그가 평생 가질 문제의식을 완벽하게 심어준 출발점이다.


05 원령공주


사람이 가진 독점욕, 그리고 그 욕망을 실현시키는 또 다른 힘, 폭력을 이제는 잊혀져가는 신과 견주어 문명에 대한 고발 등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 환상이라고 해도 - 시간을 거꾸로 일본으로 무대를 옮겨 좀 더 등장인물 각각의 성격 구축에 애를 써 그들의 매력을 충분히 끌어올렸다. 다만 나우시카만큼 압도적으로 매력 있는 인물은 없다는 점이 또 다른 투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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