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길의 '완장'이란 소설이 있다. 수십 년 전에 읽은 거라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제목대로 완장이란 권력에 취한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들을 표현하는데, 요 며칠 경호처의 행태에서 그 주인공이 자꾸만 보인다.
썩어버린 동아줄. 반드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대상자인 윤석열을 위한 박종준 경호처장의 완장은 소설이란 허구보다 더 우습다. 법원에서 낸 체포영장을 무시하는, 법 보다 위에 있는 가치라고 계속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선언은 당연히 무모하다. 적극적인 공무집행 방해로 정권이 바뀌면 경호처장은 바로 실형이 예고되었다. 경찰대 수석 졸업이라니까 바보도 아닌데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그 이유는 아마 윤상현의 말에서 추측할 수 있다.
국회의원.
피선거권 박탈이라도 겨우 몇 년뿐이다. 경호처장이야 아직 한창 나이니까 대구, 경북 출마하면 당연히 당선될 것이다. 그로 인해 떨어지는 과실이야 당연히 엄청 달고 크다.
대한민국 법과 투쟁하는 경호처의 행태는 박종준이란 한 개인의 선거운동일까? 70%의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30% 중에서 오직 대구 경북 지역에 살고 있는 유권자한테 바이럴 마케팅을 하고 있다. 나한테 이렇게 보였다.
그런데. 하지만?
박종준이야 그렇다고 쳐.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그의 명령에 계속 협력하는 200여 명은 뭐지?
구의원? 시의원?
경호처에 젊은 친구들이 많을 텐데, 엠젯 세대가 나보다 더 답답한 사고방식을 가질 리가 없잖아. 내 또래라도 민주주의가 단단하게 살아있는 요즘이라면 영장집행을 방해하라는 쓰레기 지시 무시했을 텐데. 200여 명이 의외로 나이가 많나? 아니면 출신이 대구 경북으로 확 치우쳐 있나?
완장이 법 보다 위에 있다는 박종준의 선거 운동은 뭐랄까? 전체주의. 독재정치. 이런 시대라면 볼 수 없는 행동이라 민주주의의 어쩌면 한계, 그 아이러니를 또 한 번 아프게 확인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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