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가장 아픈 역사는 한국전쟁을 꼽는다. 동의한다. 하지만 한국전쟁만큼 아픈 역사를 만들어낸 한 개인이 있다. 바로 이승만이다. 애매한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서 친일청산은커녕 친일을 번영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한 상처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고름을 흘리고 비명을 지른다.
아베가 맘 놓고 식민지 시절의 조선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친일이 설치는 대한민국의 기득권을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새누리당은 국정교과서를 밀면서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운다고 왜곡된 주장을 당당하게 현수막으로 걸고 있다. 이미 박근혜의 국정화 지시가 내려졌을 때 결정났는데도 공천 때문일까 새누리당 의원들이 방송 토론회에서 여론을 끌어당기려 애쓰며 하복하고 있다.
그들은 왜 토론회에 나오는 걸까? 내 눈에는 토론회에 나온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에게 찍힐 지도 모르겠다. 그냥 모르쇠가 최선인데. 왜 김무성이 문재인의 제안을 거절했을까? 단순하다. 궁색한 변명밖에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을 토론회에서 늘 목격한다.
새누리당은 국정화의 근거로 교학사를 뺀 7종 교과서의 문제를 제기하지만 교과서의 어디가 문제냐는 질문에는 증거로 전혀 대꾸하지 못한다. 단지 원론적인 박근혜의 지시만 되뇌일 뿐이다.
그래도 양심이 있구나! 하지만 겸연쩍고 애매한 표정을 짓던 기존 국정화 찬성자와는 너무나 다른 얼굴을 어제 만났다. JTBC에서 손석희 사회로 진행된 짧은 토론에서.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한 명언이 있다. 중독이란 하나님 이외 매이는 것이다라고. 그처럼 어제 인물은 이승만이 청산하지 못한 친일에 경도된 얼굴을 가졌다.
그의 이름은 권희영. 국정이 의도한 초등학교 국사 교과서 견본(?)에 실린 식민지 시절 조선이 일본에 쌀을 수출했다는 것의 문제를 거론하자 - 아베도 이런 경우 가만히 있었을 텐데 - 그는 마치 아베의 형처럼 진지하고 격앙되게 반박했다. 수출과 수탈의 차이도 모르냐면서. 그는 누군가 수출을 수탈로 오해할까봐 진정 두려운 낯빛마저 환한 조명에 드러냈다.
최근 몇 년 가장 크게 웃었다. 아니 여태 살면서 처음으로 포복절도했다. 이렇게도 웃길 수가 있구나. 황당했을까? 무안했을까? 오죽했으면 함께 한 새누리당 의원마저 안절부절못한 모양새다.
박근혜의 밀어붙이기식은 이리 무모한 인물을 당당하게 만드는구나. 조갑제나 변희재만 해도 짜증나는데 한명을 더 알게 되서 기분이 더럽다. 그리고 단지 하나의 예로 환하게 드러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정체를 알게 되어 몹시 무섭다. 그리고 그런 교과서를 배운 학생들이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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