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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와 라붐의 역주행

궁시렁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21. 5. 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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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상반기 한 달 보름 남았어도 음악계 가장 큰 화두는 '역주행'이다. 반대하는 사람? 없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브레이브걸스가 있고, 라붐이 뒤따르고 있는 모양새다.

 

역주행을 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늘 맘에 품고 있던 것이 거센 역주행을 보면서 튀어나왔다는 게 옳다.)

 

3분짜리 노래. 날마다 쏟아지는 노래가 많아도 조금만 시간을 쓰면 좋은 노래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바쁜 세상, 3분짜리를 소비하는데 사람들은 굳이 땀을 흘리고 싶지 않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은 제법 희귀하다.

 

음악을 영화와 드라마와 비교하면 대중의 반응은 참 희한하다.

 

작가, 배우, 감독 모두 스타라도, 드라마나 영화가 재미없으면 대중은 바로 외면한다. 어쩌다 예외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음악은 전혀 다르다.

 

이 노래 몰라? 얼마나 좋은데. 들어봐.

 

이런 말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이라도 말하거나 듣곤 한다. 좋은 노래인데도 왜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외면하는 대중이 많을까. 그러나 정확하게 꼬집는다면 외면이 아니라 모르고 있다는 말이 맞다.

 

2시간짜리 영화나 16~20회짜리 드라마와 달리 3분이란 시간은 정체성을 대중한테 전달하기 쉽지 않다. 대중 또한 3분짜리 들으려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려는 욕망이 약하다. 그냥 3분마다 소비만 할 뿐이다. 이런 보통의 대중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소수이면서도 지나치게 적극적인 집단이 있다.

대형 기획사의 빠들, 바로 거대 팬덤이다. 그들은 소비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커 보통의 대중한테 방향까지 가리킨다. 자신의 성향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일부 대중은 바로 그 쪽으로 움직인다. 3분짜리 거리는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감수할 수 있다. 3분짜리 노래는 맘에 들지 않아도 귀찮을 뿐이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굳이 버리지 않는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몰라서 버릴 수도 없는 노래들이다. 특히 그 노래들이 정말 좋은 노래라면 안타까움의 강도는 세질 수밖에 없다.

 

롤린. 좋은 노래다. 상상더하기. 좋은 노래다.

브레이브걸스는 유투버의 댓글 영상과 군인들의 열정(?)으로 올 상반기를 지배했다. 해체를 눈앞에 두던 그룹의 극적인 반전이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라붐 역시 마찬가지다.

상상더하기, 코로나로 힘들어도 들을 때마다 여행을 떠나고 싶고, 여름을 실컷 즐기고 싶다. 요즘 날씨에 딱인 노래다.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노랠 다루면서 대중이 뒤늦게 반응하고 있다. 팬덤이 만든 게 아니다. 하지만 역시 대중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누군가의 지시에 반응하고 있다.

 

역주행을 보면서 어쩌면 대중의 무지가 답답하고, 또한 그 결과를 보면서 대중의 무지가 무섭다. 다만 여기서도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롤린. 상상더하기. 모두 좋은 노래란 것이다. 아무리 대중이 어리석어도 노래가 좋지 않으면 대중이 열광적으로 반응할 일은 결코 없다.

 

포기하지 않으면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포기하면 가질 수 없다. 역주행, 비록 로또 같아도 좋은 노래란 과정이 있으니까 나온 결과다.

 

갑자기 KF-21을 떠올렸다. 편하게 세금을 낭비하면서 미국에만 매달렸다면 도무지 나올 수 없던 결과물이다. 그리고 또한 미얀마를 떠올렸다. 힘들어도 싸워서 이긴다면 미얀마 국민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역주행하다 왜 이런 이야기로 새지?


라붐의 '상상더하기'가 좋은데 왜 사랑받지 못할까, 왜 음원 순위에도 들지 못할까란 생각에 '걸그룹 100대 명곡'이란 책을 쓰고 있는지 몇 년째다. 역주행을 말하다 KF-21을 꺼냈는데, 제발 게으름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자. 그리고 올해 안에 책을 마치자. 힘들면 절반이라도 끝내자.

게으름 지친다. 정말 변덕스러운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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