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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에게 - 하덕규

횡설수설 취미/샘이 깊은 노래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09. 3. 2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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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의 깊은 어둠을 흔들어 깨워

밝은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그대는 나의 짙은 슬픔을 흔들어 깨워

환한 빛으로 나를 데리고 가줘

부탁해 부탁해


어린 횃불이 되고픈 나를

마음속의 고향에서 잠자는 나를

천진난만하게 사는 나를

맥 빠진 눈을 가진 나를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부탁해……




시인과 촌장 - 푸른 돛 (1986)




세상이 너무 무섭다.

무서운 세상을 부술 의무를 가지는 것이 두렵다.


피터팬이 되고 싶다.

그처럼 나이를 먹고 싶지 않다.

어린 횃불로만 천진난만하게 (무서운 세상을 부술) 의무를 외면하는 사람들의 그림자에서 등을 구부린 채 살고 싶다.


하지만 비둘기는 외친다.

어둠을, 슬픔을 흔들어 깨우자고,

깨고 나면 밝은 곳일 거라고,

그 세상에서 날아보자고.


그리고……,

20여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비둘기는 힘차게 날았지만 전혀 쉬지 못한 채 계속 하늘만 맴돌 뿐이라고 뉴스는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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