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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일기 - 하덕규

횡설수설 취미/샘이 깊은 노래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09. 4. 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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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공기를 가르며 날으는 새들의 날개죽지 위에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광장을 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위에

바람 속을 달려 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저 지친 어깨위에

시장어귀에 엄마 품에서 잠든 아가의 마른 이마위에

공원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위에

아무도 없는 땅에 홀로 서있는 친구의 굳센 미소위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수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밤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가는 저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시인과 촌장 - 푸른 돛 (1986)




'사랑한다!'라고 일기를 쓴다.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한다!'라고 일기를 읽는다.


행복하다! (그것이 비록 사실과 다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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