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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친구 - 조동익

횡설수설 취미/샘이 깊은 노래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3. 5. 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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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주 오래된 기타가 있지

내가 그를 찾으면

비틀 술취한 목소리로 내게 다가와

나 한번 가보지 못한

뽀얀 세상 데리고 가지


내게 아주 오래된 음악이 있지

내가 그리워지면

저녁 하늘에 노을처럼 붉게 다가와

메말라 버린 내 마음을

실컷 울게 해주지


내게 아주 오래된 거리가 있지

그 길을 걸으면

희미한 추억을 거리는 내게 몰고와

표정없는 내 얼굴에

작은 미소 만들어 주지


나는 아주 오래된 화가를 알지

눈을 내리고 또 비를 내리며

바람으로 여기 찾아와

끝없이 새로운 계절을

거리에 그리고 가지




어떤날 - 1960·1965 (1986)




오래되었다는 것은 그 시간만큼 기억할 것이 많다.


기억이란 마냥 즐거운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속에 슬픔과 아픔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잊고 싶다.

그리고 저 오래된 기억이 행복하지 않다면,

메말라 부르튼 표정 없는 얼굴로

거울만 보며 자학하곤 한다.

싫은 기억으로 계속 상처를 내면서.


작은 미소?


거울을 깨자!


깨진 거울로 잠긴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자.


그 거리엔,

그 오래된 거리엔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는 이가 있다.

오래된 친구가 있다.

행복한 기억을,

그 오래된 기억을 전해줄 친구가 있다.


오래된 친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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