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아주 오래된 기타가 있지
내가 그를 찾으면
비틀 술취한 목소리로 내게 다가와
나 한번 가보지 못한
뽀얀 세상 데리고 가지
내게 아주 오래된 음악이 있지
내가 그리워지면
저녁 하늘에 노을처럼 붉게 다가와
메말라 버린 내 마음을
실컷 울게 해주지
내게 아주 오래된 거리가 있지
그 길을 걸으면
희미한 추억을 거리는 내게 몰고와
표정없는 내 얼굴에
작은 미소 만들어 주지
나는 아주 오래된 화가를 알지
눈을 내리고 또 비를 내리며
바람으로 여기 찾아와
끝없이 새로운 계절을
거리에 그리고 가지
어떤날 - 1960·1965 (1986)
오래되었다는 것은 그 시간만큼 기억할 것이 많다.
기억이란 마냥 즐거운 것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속에 슬픔과 아픔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잊고 싶다.
그리고 저 오래된 기억이 행복하지 않다면,
메말라 부르튼 표정 없는 얼굴로
거울만 보며 자학하곤 한다.
싫은 기억으로 계속 상처를 내면서.
작은 미소?
거울을 깨자!
깨진 거울로 잠긴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자.
그 거리엔,
그 오래된 거리엔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는 이가 있다.
오래된 친구가 있다.
행복한 기억을,
그 오래된 기억을 전해줄 친구가 있다.
오래된 친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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