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를 가르며 날으는 새들의 날개죽지 위에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광장을 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위에
바람 속을 달려 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저 지친 어깨위에
시장어귀에 엄마 품에서 잠든 아가의 마른 이마위에
공원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위에
아무도 없는 땅에 홀로 서있는 친구의 굳센 미소위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수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밤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가는 저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시인과 촌장 - 푸른 돛 (1986)
'사랑한다!'라고 일기를 쓴다.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한다!'라고 일기를 읽는다.
행복하다! (그것이 비록 사실과 다를지라도.)
까만 치마를 입고 - 김현철 (0) | 2009.04.24 |
---|---|
친구여 - 하지영 (0) | 2009.04.15 |
얼음 무지개 - 하덕규 (0) | 2009.04.03 |
고양이 - 하덕규 (0) | 2009.04.01 |
비둘기에게 - 하덕규 (0) | 2009.03.2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