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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 들국화 1 (1985)

횡설수설 취미/우리 음악

by 흙냄새 밟고 오르다 2010. 11. 6. 20:55

본문

01 행진

02 그것만이 내세상

03 세계로 가는 기차

04 더이상 내게

05 축복합니다

06 사랑일 뿐이야

07 매일 그대와

08 오후만 있던 일요일

09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1988년은, 대학 신입생. 


노래방을 찾았다.

지랄 맞을 정도로 토해냈고, 빌어먹을 만큼 쑤셔 넣었다.


네모난 방안에서 노래를 부르면 세상이 우리 것만 같았다.
그렇게 세계로 행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노래방에서만 유효할 뿐이었다.

네모난 방안을 나서면 늘 겨울이었다.
움츠러든 어깨 위로 가끔씩 내리는 여우비조차 장마처럼 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나 20년이 지났다.

겨울은 끝나고 봄이 왔다.


조그만 창살에 갇힌 한 마리 표범 같던 이 앨범은 어느새 동물원 밖에서 나와 (표범을 황홀하게 바라본) 내 곁을 가끔 지나치곤 한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채 이 앨범의 무게보다 가벼운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세상은 부메랑처럼 낯설고 싶었던 모습으로 어이없게 돌아왔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고, 다시 겨울이 왔어도 난 여전히 조그만 노래방에서 한 번도 탈출하지 못했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렇게 나이를 쳐먹은 내가 밉다.

그리고 지나버린 세상만을 기억하려는 내가 싫다.

겨우 조그맣고 네모난 방만 내가 가진 세상은 아닐 텐데.

20년 동안 늘어난 주름살의 무게가 너무 가볍다.
바람이 분다.

먼저 내 지난 날들이 쉬이 쓸려갔다.

그리고 질기게도 그것은 내 몸을 잡아당기고 있다.

그러나 노래가 들린다.

바람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축복하자.

노래가 전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놓치지말자.

내가 가질 세상, 아침이 밝아올 세상을 놓치지 않으려 온힘을 다해 나를 사랑하자.

사랑하고 싶다.

바람이 분다.

점점 거세진다.

나는 노래를 부른다.

이 블로그 초창기에 쓴 글인데 맘을 추스르려고 새로운 블로그로 이동하다 다시 돌아왔네요. 그사이 감정의 변덕스러움이 유난했는데 들국화의 1집을 들을 때마다 늘 좋군요.


잡담 한 토막)


내가 알고 있는 누리에서 이보다 내 맘을 흔드는 음반은 아직 모른다.

사과나무 대신 난 이 음반에 담긴 노래를 들으련다.



아우성 : ★★★★★ / 노랫말 : ★★★★★

이 노래가 특히 좋아? 들어봐!


01 행진

02 그것만이 내세상

03 세계로 가는 기차

05 축복합니다

06 사랑일 뿐이야

07 매일 그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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